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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 / 푸른숲 / 2009년 10월
평점 :
붕가붕가레코드 설립부터 회사를 유지했던 기조와 성장통 등을 기록한 책.
대학생일 때부터 시작했던 음악, 음악만으로는 수입이 어려우니 생계를 유지하는 일을 하며 병행하던 과정 등이 유쾌하게 기록되어 있다.
음악을 잘 못하더라도 그저 박자가 맞는 음악을 하고, 음정에 맞는 노래를 부르고, 공연은 들으러 오는 것이 아닌 보러 오는 것이므로 그에 호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던 사람들. 음악, 미술, 경영, 마케팅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지 않더라도 아마추어와 프로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했던 사람들. 그들이 거친 세상에서 고유한 색깔로 대중을 사로잡기까지의 과정에서, 자기만의 감각을 찾고 지켜나가는 것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일의 기반이 된다는 것에서, 공감한다.
대한민국에서 좋은 학벌을 가진 것이 이들에겐 메리트가 되긴 했지만, 번듯한 직장을 마다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열정도 쿨하게 느껴진다.
독창적이지 못하더라도 독특하고자 노력하고, 유머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대중과 호흡하는 것을 등한시하지 않았던 그 적당한 선이 좋았다.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귀찮아서 적당히 하려던 것을 생각하고 발전시킨 방향들이 배울 만하다.
어떤 틀에 갇히지 않고, 시작은 아마추어 같더라도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자기만의 생각과 지향점이 분명한 속에 그 감각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나간 것이 그들 독특함의 원천이 된 것이라 보인다. 가늘고 길게 유지할 것이지만, 꿈을 크게 꾸라는 것. 모든 것의 시작은 커다란 꿈이었다는 것에서 답답했던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들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시대는 지금과 차이가 있고, 2020년 현재 그들의 홈페이지는 관리조차 되지 않고 다른 회사와 합병이 되었다는 소식이지만 그들은 또 어떤 색다른 행보를 보일지 기대가 된다.
실행함에 있어서는 가볍게 생각하고, 꿈을 꿈에 있어서는 천하를 평정할 듯 거창한 것을 그리고, 내 일을 함에 있어서는 내 감각, 내 독특함에 자신감을 가질 것을 다짐하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