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수많은 단편소설 중에서도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은 내게 어렵게 다가올 때가 많았다.

문장과 행간의 함의를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은 이렇게 일상적인 행위와 의미 없어 보이는 서술을 이 짧은 단편에 담아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의미조차 알지 못할 때가 있었다. 심지어 <대성당>은 3년쯤 전에 읽었던 책임에도 처음 읽는 것처럼 생소하기조차 했다.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가 표현하고 싶었으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무언가’인지 마음으로 와닿기도 한다.

김연수 작가가 번역한 판본에는 카버의 작품세계와 이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에 대해 친절한 해설이 있다. 번역문이었기 때문에 약화될 수밖에 없는 의미들도 해설 편에 짧은 원문을 실어 이 작품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다.

예전에는 카버의 작품을 읽으면 어딘지 찜찜하고 우울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대성당>을 읽으면서는 다행이다, 안도한다, 그래도 살아갈 힘이 있다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만난다. 특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작품이 그러했다.

나는 그의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할 능력은 되지 않는다. 그저 이 작품을 통해, 어려운 생활 가운데 불행을 향해 걸어가는 어리석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벗어나야 할 것은 담담히 인정하고 삶을 향해 용감히 걸어 나가길 바라게 된다. 서로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타인이라 할지라도 그저 달콤한 빵 조각 건네는 것으로 큰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간결한 문장으로 미국 단편소설의 어느 경지를 이룬 것만큼이나, 작가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그것을 인정했을 때 울림이 큰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배운다.

카버의 다른 작품집도 다시 한번 꺼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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