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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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

한국작가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상상력이 풍부하고 현실의 비극을 발랄하게 서술해 나가는 작가의 글이 재미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유산자가 무산자를 억압하고, 그 속에서 신음하는 모습은 신물 날 정도로 보지만, 이렇게 재기 발랄한 문학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는 것은 삶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이 책이 발표될 시점에 비슷하게 20대를 보냈던 내가 경험한 시대보다도 훨씬 삶의 현장에 가까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작가 박민규는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두 편의 작품이 표절 시비에 걸렸고 그를 인정하기까지 했지만, 그가 어딘가에 갇히지 않고 상상해 온 이야기들만큼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즐겁게 그의 단편을 읽다가 평론가의 해설이 나오는 부분은 화가 나서 덮어 버렸다. 독자에게 해석해 줘야 하고, 평론가를 통해서만 작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층의 해석을 방해하는 그런 해설은 읽기 싫다. 더욱이 이 책에 실린 평론은 그 심층을 해부한 것도 아니다. 혜성처럼 등장했던 작가, 그 작가에 대해 내가 인정하마 하는 식의 평론이라 읽기 싫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작가와 독자가 그의 작품을 매개로 만날 때, 개인에게 의미 있는 독서가 된다.

그런데 박민규의 작품 내용은 쉽게 잊힌다. 이미 그의 작품 3권을 읽었는데 기억나는 줄거리는 아무것도 없다. 왜 그랬을까. 뼈대는 동시대인이 이미 알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고, 충격은 그의 발랄한 상상력인데. 그 상상이란 것은 내가 흉내 낼 수 없으며 생각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내 것이 될 수 없다. 그래서인가. 많은 독서는 나중에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데, 박민규의 작품은 특히 그러하다. 그저, 그 한계를 두지 않는 상상을 배울 수밖에. 그 상상에서 용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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