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 개정판
팀 버튼 지음, 임상훈 옮김 / 새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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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즐기지도 않거니와 이 책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 상태였다.

선생님의 추천도서 목록에 있어 읽게 되었는데, 첫 몇 장을 넘길 때 당혹감을 느꼈다.

어른을 위한 동화, 메타포가 녹아 있는 짧은 이야기. 그러나 서사라기에는 어딘지 미흡한 구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세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기형을 가진 외형 때문에 주인공들은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하고 고통당하고 죽임 당한다. 그들을 대하는 외부인 심지어 부모까지도 폭력적이다. 나와 다른 모습, 취향을 가진 이에게 나는 어떻게 대하고 사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다른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포용하며 사는지 묻는다. 그런데, 그 포용이란 단어마저 시혜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른 형태, 다른 내용의 삶을 포괄하는 것이 세상이고, 내가 그 세상에 어울려 살아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부두 소녀와 응시하는 소녀는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내면이 무척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깊게 감각하고 그 끝에 더 짙은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은 내면에만 남기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고 종국에는 개인의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 고통을 잠시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비정하고 폭력적인 시선과 행태를 기발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삶은 고통을 건너고 감내하는 길일 것이다. 그것에 항상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극적인 눈물과 헛웃음 나는 아이러니와 한 걸음 물러선 조롱이 있을 수도 있다. 고통의 곁에 다양한 감정과 표현이 가능하다면, 그 고통을 건너는 길 역시 다채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굴 소년이 할로윈 데이에 사람으로 변장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가면을 바꿔 쓸 수도 있고 짐짓 타인과 다르지 않은 척해 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위선과 위악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겠다.

고통을 경험하고 견디고 건너는 자, 더 넓은 세상을 보고 품을 수 있다. 세상을 볼 수 있는 만큼의 크기가 나의 크기라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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