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어 보이 - 개정판
닉 혼비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사상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울증 엄마를 둔 12살 소년 마커스, 서른 중반에 이르도록 백수이며 미혼이며 쿨한 윌의 성장소설.

마커스는 우울증이 있는 히피 기질의 엄마와 살며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소년이다. 엄마 친구와 소풍을 갔던 날 윌을 만나고, 호수에서 바게뜨 샌드위치를 던져 오리를 죽게 한다. 소풍에서 돌아오니 엄마는 자살 시도 끝에 토사물 옆에 쓰러져 있다. 다행히 엄마는 죽지 않았지만, 이날 마커스는 엄마가 죽을 수 있다는 것, 혼자 남겨진다는 것에 커다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윌과 가까이 지낸다. 

윌은 독신 육아 여성이 남자에게 훨씬 오픈 마인드라는 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착안해 자신도 아이가 있는 독신 남자라 속이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 모임에 참석해 여자를 꼬신다. 그러다 만나게 되는 마커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원작이자 수다쟁이 닉 혼비의 인기 소설. 

<하이 피델리티>에 비해서는 읽기가 편했다. 가벼운 듯하지만 외로운 인물들의 내면이 잘 드러나고, 빈정대며 비꼬는 속마음도 수용 가능한 유머로 읽히기 때문이다.

마커스에게는 어린이 노릇을 할 수 있도록 옆에 있어줄 어른이 필요했고,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듯한 윌에게는 고독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연결된 삶이 필요했다. 윌이 마커스에게 해주는 현실적인 조언들이 좋았다.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조언을 해줘서는, 또 매뉴얼대로 처리해서는 마커스가 학교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에서 구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모를 좀 더 그 또래에 맞게 가꿔야 하고, 또래가 관심 있어 하는 커트 코베인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윌이 옆에 있자 마커스는 관계의 폭이 조금 확장되고 그로 인해 성장한다. 

결과적으로 마커스는 이제 학교에서 못된 아이들에게 새로 산 아디다스 운동화를 빼앗겨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가 강요하다시피 한 채식주의와 음악 취향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작가는 말한다. 인간들은 얽혀있는 삶 속에 있어야 한다고.

영화에서는 보다 또렷하게 표현됐다. 영화 서두에서 “인간은 모두 섬이다.”라고 선언하고 결말에서는 “인간은 모두 연결된 섬이다”라고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대사는 시나리오 작가의 대사다.

혼자 있고 싶고, 고독하고 싶고, 연결되고 싶지 않은데 작가는 윌의 인생을 통해서 허전하고 헛헛한 삶을 그려냈다. 얽혀있는 인간들의 삶 속에서 각자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을 바라본다. 그러나 내 개인의 바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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