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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아침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37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평점 :
<마음사전>으로 유명한 김소연 시인의 시를 접한 것은 처음이다. 시를 읽으며 이토록 부드럽고 깊은 세계가 있다니 놀라웠다. 아침마다 몇 편씩 읽었다. 나를 힘겹게 하는 일을 만나면 문득 시의 한 구절이 떠올라 잠시 생각을 느리게 했다. 감정이 올라와 다투고 싶을 때, 김소연 시인의 시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게 한다.
특히 <연두가 되는 고통>의 한 구절, ‘서로의 흉터에서 사는 우리처럼’이 마음을 쳤다. 무슨 뜻일까 고민했었는데, 나 역시 누군가의 흉터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긴 흉터는 무엇일까. 타인이 내게 남은 흉터 속에 그 사람들은 살고 있고 영원히 회피하거나 도망치며 살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식구들>의 ‘이해한 세계는 떠나야 한다’는 구절을 읽으면서는 그 흉터들을 이해하고 그 기억으로부터 떠나고 싶었다.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는 시들. 굉장히 많은 시들을 필사하고 다시 읽었고, 또 읽고 싶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황현산 선생님이 발문을 쓰셨는데 이를 읽는 재미도 있다. 다른 비평가처럼 시를 해석하고 분석하려는 것이 아니고, 편지 형식의 말이라 더 좋았다.
소장해야 하는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