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피델리티
닉 혼비 지음, 오득주 옮김 / 문학사상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이야기꾼 닉 혼비가 쓴 이별을 맞닥뜨린 30대 남자의 성장소설.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원작이다.

충실도 혹은 충성도라는 뜻의 하이 피델리티. 어느 날 갑자기, 로라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롭은 자기 인생 전체에서 상처받은 여성 베스트 5 목록을 만든다. 그들과의 사랑과 이별을 회상하고 그들을 찾아가 자기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찾는다. 위층에 살던 남자와 연인이 된 줄 알았던 로라는 아버지의 죽음을 기점으로 다시 롭에게 돌아오고, 그들은 여전히 상당한 견해차가 있음에도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해 주는 것으로 끝난다. 제목과 이야기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가 없다.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것은 로라와 레코드 가게 직원들과 주인공의 음악에 대한 충실도뿐이다.

30대 롭은 상당히 지질하고 지지부진하고 무능한데다, 자기중심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로라가 왜 롭에게 다시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롭에게는 해피엔딩일지 몰라도 로라에게도 해피 엔딩일지 아리송하다.

이야기는 쉽고 간단하고 대화가 많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산만하게 서술되는 주인공의 내면과 이야기보다 더 많이 소개되는 노래들이 소설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닉 혼비의 음악 덕후 기질이 이 소설의 진가라고도 하지만, 나 같이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흥미 있는 장치는 아니다.

그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많고, 깊게 들어가지 않고 가볍게 다루면서 핵심은 찌르고 간다는 평가가 많아 첫 작품으로 읽었는데 실망했다. 이야기의 서사, 감정이입하고 존경할 수 있는 캐릭터가 보이지 않아서다. 그의 대표작을 3권 꼽는데, 일단 나머지 두 권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프랑스에 기욤 뮈소가 있다면 영국에 닉 혼비가 있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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