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9
황동규 / 민음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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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판 1쇄가 발간된 1975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61쇄를 찍어내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시집이다. 나는 시인의 <즐거운 편지>, <조그만 사랑 노래>, <기항지1>을 기억하고 있었다. 독재 정권 시대에 이렇게 말랑말랑한 감성을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니 특이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 시집에서는 군 제대 이전까지를 1부로, 에든버러 유학시절부터 귀국까지를 2부로, 아이오와 대학 이후를 3부로 나눈 것 같다. 시대별로 1~3부를 정리했지만, 작가 연보와 비교해 보면 그의 인생에서 굵직한 사건들과 연결되는 것이 그러한 것 같다. 내 기억과 달리 시인은 전봉준을 비롯한 시대의 인물과 정서를 통감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에도 잊지 않아야 할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노래했다는 인상이 짙다. 시대 변혁을 꿈꾸는 듯한 은근한 은유의 시들은 이해치 못할 정도의 깊이를 갖고 있다.

시가 끝나고 시인과 깊은 우정을 간직하였다는 김병익이 해설을 달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요즘의 시집에 의무적으로 달리는 비평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우정을 나누고 시가 생성된 시기를 함께 했던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시인과 시와 문학 일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도 역시나 나는, 즐거운 편지와 조그만 사랑 노래와 기항지1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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