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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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이 책은, 한동안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웠다. 출판사를 옮겨 재발간 된 것이 여간 반갑지 않다. 각각의 단편에서 화자는 살금살금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끝이려나 싶을 때 급전직하하여 각 이야기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한다. 각 소설에는 각자가 숨기고 살아가는 삶의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덤덤하게 끌어안고 가는 사람들 혹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 나만 혼자 알고 있는 것이 타인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해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 말하지 못하는 사람마냥 처연하게 시선만 마주치고 서글프게 웃는 사람이 산다. 10편의 단편소설에서 인물들이 감춘 비밀은 분명 삶의 짐이지만 자기 삶의 결정이기에 끌어안고 가는 것이 성숙해 보인다.

작가의 소설만큼이나 이 책의 편집도 군더더기가 없다. 그 흔한 저자의 말, 옮긴이의 말없이 오롯이 작가의 작품만 있을 뿐이고, 마지막 책장을 넘긴 이후에도 급전직하 그 상태로 있게 한다. 담백하지만 그 맛을 휘감고 있는 대단한 무게의 비밀들이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으로 만든다. ‘비정상적’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는데, 일관된 특질을 지칭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섬세하고 예민하게 관계와 생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부여된 단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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