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김해연은 북간도 용정의 만철에서 일하는 조선인이다. 이데올로기적 각성 없이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는 남자다. 그는 이정희라는 여자를 만나 연애하고 사랑을 느껴 청혼을 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어느 날 출근길에 심부름꾼 아이가 편지를 전해준다. 편지는 이정희가 쓴 것이지만, 그 편지를 전해준 사람은 신사였다고 한다. 이정희를 만나야겠다고 사무실을 나선 김해연은 일본 경찰에게 끌려가는데, 이정희는 나무에 목매달아 자살했으며 안나 리라고 불렸던 여자이며 조선공산당의 조직원이라고 한다. 여러 혼란을 겪던 남자는 결국 이정희가 목매달아 죽은 나무를 찾아 자신도 그 죽음을 따라가려 하는데, 자살시도는 실패하고 사진관에 의탁해 살게 된다. 그곳에서 여옥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통영이 고향인 해연은 여옥에게 바다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둘은 조선으로 돌아가기로 한 날, 여옥의 언니 결혼식에 참여했다가 일본군 토벌대에 의해 처참한 죽음을 목도하게 되고, 여옥은 총을 맞아 다리를 잃고 해연은 목숨을 부지한다.

어랑촌 유격구에서 삶을 이어가는 해연은 그곳에서 민생단 사건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나에겐 너무도 생소한 민생단 사건. 역사학자 한홍구는 민생단을 이해하지 못하면 북한의 조선공산당 정권과 김일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꿈을 안고 간도로 떠났던 조선인은 척박한 그 땅을 개척하였으나 일본의 괴뢰국 만주국이 세워지고, 중국의 이중 핍박에 시달리다가 중국공산당에 편입되는 자들이 있었다. 이들 중에는 국제주의자와 민족주의자(!)가 혼재해 있었는데, 국제주의자는 모든 인민 해방이 우선이므로 중국 혁명을 완수한 후에 조선혁명을 이루자는 이들이었고, 조선 독립과 조선혁명이 우선이라는 게 민족주의자들이었다. 이들 중 민족주의자들을 민생단이라 한다. 이들은 일제의 탄압을 받게 되는데 중국공산당은 자기들 세력 안에서 커지는 조선 민족주의자들의 힘을 억제하기 위해 일제의 토벌에도 간신히 살아 돌아온 민생단을 일제의 첩자라 일컫게 된다. 살아 돌아온 자들은 다시 중국공산당의 핍박을 받게 된다.

복잡했던 민생단 사건을 간도 어랑촌을 배경으로 그린 것이 <밤은 노래한다>이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은 일제로부터 살아 돌아온 사람을 중국공산당 내에서 조선인끼리 죽이게 된 순간이 아닌가 싶다. 김해연은 이 사건을 통해 이정희의 과거를 알음알음 알게 된다.

이데올로기적 각성이나 이념의 구호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소설은 이 가슴 아픈 순간을 사람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여옥. 일제의 총을 맞고 더 이상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연락책도 길잡이가 될 수 없는 여옥이란 여성.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실체를 알지 못했고, 그 운명적 만남이 과연 운명인지 조직의 계획이었는지 의심하게 된 해연과. 항상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그리워하는 식민지 조선의 노예 같은 삶을 사는 조선인들과. 변절자가 되고 한발의 총성으로 뇌수를 흘리며 죽어가는 투쟁가들과. 그들 삶이 비극적으로 그려지며 심금을 울린다. 무엇보다 이념 때문에 구사일생의 상황에서 다시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들이 참 아프다.

소설도 참 좋았지만 뒤에 붙은 한홍구 교수의 민생단 사건 개괄이 참 인상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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