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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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에 비해서는 심심하게 흘러가는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인간 내면의 슬픔과 공허를 끈질기게 파헤치는 책 같다. 신흥종교에서 구원의 실마리를 얻은 남자가 흑마술을 이용해 죽은 딸을 부활시키기를 원한다. 그의 제물로는 4세가량의 여아가 희생된다.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한데 파벌(캐리어vs논캐리어) 간 갈등이 한몫한다. 더불어 매스컴은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내면서 수사에 방해가 될 뿐이다.

여기까지는 지금 시점에선 특이할 만한 점이 없지만, 영리기업화된 신흥종교를 매우 구체적으로 취재한 흔적이 있다. 영민했던 사람들이 왜 신흥종교에 빠지는지, 삶과 재산을 탕진하면서도 그에 심취하는 이유를 심도 있게 다뤘다.

제목만 봤을 때, 사람이 통곡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생각했었다. 자식이 죽었을 때, 나라를 잃었을 때 정도일까. 여기서는 냉담한 주인공의 방식으로 통곡하는 순간을 그렸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맞닥뜨렸을 때,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통곡한다.

책 표지에 이 책의 결말을 밝히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냉담하고 느리게 흘러가던 소설이 15페이지 정도를 남겨놓고 갑자기 급물살을 만난 듯 빠르게 진척된다.

구원을 바라는 마음, 사라진 것을 부활시키고 싶은 마음, 과오를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통곡하게 만드나 보다. 냉정하게 보게 되지만, 책장을 덮고 나선 싸늘한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희망 없는 세상을 견디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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