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껍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장을 펼쳤지만, 그 내용의 재미 때문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게 된다. 어떤 장면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비범함에 숨이 막히고, 전율이 일어나는 행동에 내 마음에 숨어 있던 욕망을 발견하게도 된다.

작가는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국경 지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살다가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까지 국경을 탈출한 전력이 있고 그 자전적 경험이 상당 부분 투영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동시대를 경험하고도 이토록 놀라운 문학을 구현했다는 데에 경외심을 갖게 된다.

1부에서 전율을 일으켰던 내용은 2부에서 쓸쓸함을 일으키다가 3부에서 대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굳이 3부에서 상황과 관계를 정리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1,2부에 나타났던 인물에 빠져들게 된다. 루카스와 클라우스가 경험했던, 스스로 결정했던 일들과 인간의 어떤 행동을 보고 자신들의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다가 이건 소장하고 두고두고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해 다시 읽었다.

비참한 상황에 빠진 두 쌍둥이들의 내면을 서술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냉정하게 그려내고, 그에 대한 인물의 행동을 보여주는 방식이 또한 인상적이다. 사변적이라고 비판받는 한국문학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듯.

쌍둥이들은 시대를 건너기 위해 고통을 참는 방법 훈련, 장애를 가진 인물인 것처럼 훈련하기, 독자적으로 공부하기 등 스스로 단련했다. 나 자신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시절을 건너기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