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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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앞뒤 안 가리는 성격 때문에 어릴 때부터 손해 봐 온 나, 도련님. 이 책에서 도련님은 세상물정 모르는 이를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스스로 지혜롭지 못하고 가슴만 뜨겁다고 규정한 주인공 나는, 그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느라 가족에게 미움 받는 존재다. 도쿄에서 나고 자라, 스물 셋에 시골 학교의 수학 선생으로 가는 나. 좁은 시골마을 사람들은 어딘지 약았고, 소문은 빠르기만 하다.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교감 빨간셔츠와 그 아래에서 아첨하는 미술교사 알랑쇠. 유일하게 나와 마음을 맞추는 수학주임 산미치광이, 교감에게 흔들리는 교장 너구리, 아름다운 여인 마돈나를 잃게 된 끝물호박. 빨간셔츠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교실의 학생들. 

  주인공이 맞닥뜨린 세상은 정의롭지 못하고 약삭빠르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부조리한 힘으로 가득 차있다. 그런 세태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거부하고, 말일지언정 정의와 도리를 부르짖는데, 그럴수록 알랑쇠와 빨간셔츠에게 당하기만 할 뿐이다.

  학교를 구성하는 그나마 정상적인 인물들은 하나 둘 쫓겨나가고, 나 역시 불의에 동조하지 않고 교감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리고 도쿄로 돌아온다.

  하늘의 이치대로 순리대로 살고자 하는데 이를 가만두지 않는 사람들, 어딘지 속내를 감추고 이용하려 드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쯤 쉽게 희생양 삼아도 괜찮다는 사람, 권력으로 움직이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나’는 그 속에 동화되기보다 떠나는 것을 택한다. 

  백년전에도 이런 인간유형들이 있었다니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불의하고 약삭빠른 인간들은 평생을 가도 계속 봐야하는 인간들임에 틀림없다. 다만 ‘나’와 불의한 인간을 구분하는 것은 그것에 종속되고 휩쓸려 들어가느냐 아니냐의 선택일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이 때때로 블랙코미디의 덤앤더머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를 상상하면 사뭇 진지하게 절망하고 좌절했을 인물이다. 시골 선생 할 때의 월급은 40엔이었지만 도쿄의 기차 기술자로 와선 25엔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 악마 소굴 같았던 시골에서의 삶보다 지금의 삶을 더 가치있게 여기는 주인공은 외롭게 정도를 갈 뿐이다.

  본문에 노자를 인용한 구절이 있는데, 그 구절이 인상적이라 남겨둔다. “하늘의 그물이 엉성한 것 같지만 불의는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은 호흡 빠르게 읽을 수 있고, 한 번 잡으면 쉽사리 놓기가 어렵다. 이상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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