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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번 태어난 기억이 있다 ㅣ 문학동네 시인선 107
이수정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평점 :
등단 이후 쓴 시를 묶어서 냈다고 한다. 작가는 2001년에 등단했으니 거의 17년간 쓴 시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낸 셈이다. 작가의 시 만으로는 91페이지에서 끝나는데, 17년간 얼마나 쓰고 지웠을까, 그들 시 중에 얼마나 마음 써서 골라냈을까 짐작해 본다.
이 시집에서 특히 마음을 두드렸던 시는 「별의 심장이었던,」, 「히말라야를 넘어야 하는 마지막 밤」, 「희망은 사납다2」, 「절망은 옹기종기」, 「로드킬」, 「연필」, 「슬픔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열쇠공을 위하여」, 「시계가 소리도 없이」, 「기억의 DNA는 나와 일치하지 않는다」이다. 「연필」은 마지막 행부터 읽어 첫 행으로 도달해도 재미있는 시였다.
시인의 유연한 시어와 추운 날 손잡아 주는 듯한 마음을 느끼는 것, 마지막 행부터 시를 읽어 보거나, 희망과 절망의 시를 옆 페이지에 배치해 주어서 제목을 바꿔 생각해 보는 것. 그건 얼굴도 본 적 없는 시인과 놀이하는 방법이다. 즐거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