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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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에서 작가는 “불꽃 속에 둥근 적막이 있었다.”고 말했다. 둥글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시집을 읽어 내려간다. 아르헨티나를 건설한 군인은 직선으로 원주민을 죽이고, 사람의 몸에는 단 한 군데도 직선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심장이라는 사물을 들여다 보다 더 캄캄한 데를 찾아 동그랗게 뒷걸음치는 혀를 발견한다. 눈물이 찾아 올 땐 텅 빈 항아리가 되는 화자. 세계와의 조화를 소망하는, 어둡고 고독한 공간에 둥근 심상을 두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으로 향하기 위한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유를 알지 못 하게 우는 아이를 향해 왜 그래가 아니라 어느 순간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우연처럼 아이의 눈물을 그치게 한 것처럼 삶은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것 아닌 곡선의 위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어를 읽다 보면 비약과 축약의 상승, 반어와 역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냉담한 일상 속에 울림이 되어 주는 좋은 시를 읽었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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