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39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소영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박경리 선생이 일본 문화의 비어있음이 문인들의 자살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을 한 바 있다. 젊은 문인의 자살은 탐미적으로까지 느껴지니 경계해야 함에도, 선생이 인정한 작가 중 한 사람이 다자이 오사무였다. 그래서 읽었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화자인 요조의 수기 형식을 빌어 쓴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다. 책장을 넘기면서는 작가가 던지는 딜레마적 물음 때문에 잠시 생각에 빠져야 했고, 책장을 덮었을 때는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흔히 ‘나’의 특이함에 대해 ‘세상이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조는 묻는다. 그 ‘세상’이 혹시 ‘너’ 아닌가 하고. 다수의 시선을 빌어 자신의 생각을 가장하여 ‘나’의 고유함, ‘나’의 차이를 지우려는 수작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 나를 감추기 위해 바보짓, 광대 짓을 하는 나, 그것이 세상을 향한 구애. 그것이 ‘일부러 그랬지’라는 말로 꿰뚫어 보여졌을 때의 부끄러움. 

  정을 나눈 여인과 동반자살을 시도하여 혼자만 살아남았을 때의 아득함. 자살방조죄를 피하기 위해 각혈을 연기하는 자신에게 검사가 물었던 “진짠가?”라는 질문에서의 절망.

  천진하게 인간을 믿은 죄로 아내(?)는 강간을 당하고 그녀의 ‘순수한 신뢰’를 사랑했던 요조가 느끼는 더럽혀진 느낌. 그때 요조는 신에게 묻는다. 인간을 신뢰하는 것은 죄인가. 

  결국 모르핀 중독 신세가 된 요조는 친우 호리키를 ‘신뢰’한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히고 그 순간 그는 인간, 실격이 되고 만다. 아버지가 죽은 후에야 병원에서 풀려나 짧은 수기를 남기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요조.

  요조가 써야만 했던 숱한 가면과 고뇌했던 질문들, 술취한 그가 친구와 했던 반대말 놀이는 가슴 아프고, 깊이 생각하게도 된다. 죄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다자이 오사무는 책의 결말에서 모든 것은 지나간다 말하고 결국 39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담담하지만, 시대를 가로질러 여전히 같은 의문과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인간 세계,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가, 인간의 존재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보다 인간이 다른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시대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시대를 묻기 전에 나는 과연 타인과 교감할 수 있을 것인가.

  짧은 분량의 소설,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다. 

  누군가와 반대말 놀이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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