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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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플락사스다.”


  저 강렬한 문구를 중심으로 자신이 깨뜨려야 하는 세계를 고민하는 에밀 싱클레어와 그에게서 카인의 표를 읽은 데미안. 싱클레어가 동급생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조언하여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기를 조언한다. 소설은 수많은 관념의 말로 채워져 있어 그 의미를 생각하고 나에 비추어 구체적 현실을 찾아가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데미안과 헤어지고 주인공이 만난 안내자 피스토리우스와의 이별 장면이었다. 많은 인상적인 어구가 있었음에도 그들의 이별 대목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은 도달하지 못한 세계, 자신은 안내자일 수밖에 없음을 이미 알고 있는 피스토리우스가 침묵으로 인정하고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싱클레어에게는 다시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장면은 인생에서 한번쯤 도달해보고 싶은 순간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헤세는 이 작품을 1917년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919년에 출간했다고 하니, 2018년의 사회와 크게 다르다. 그럼에도 인간이 가진 문제는 동일하고, 스스로가 깨뜨려야 하는 세계를 알아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은 여전하기 때문에 시대를 막론하고 읽히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나도 모르게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에 밑줄을 치고 있었고, 그것이 내 삶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현자의 조언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사족이지만 헤르만 헤세 정도 되는 작가가 이런 글을 썼으니 고전의 반열에 올라 끊임없이 읽히는 것이지 신인이나 무명의 작가가 이렇게 소설을 썼다고 하면 사변적이다, 관념적이다는 비판에 시달렸을 것이다.

  참, 나는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판본으로 읽었는데 두어 군데 정도 비문이 있어, 그 문장을 해독하는데 애를 먹었다.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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