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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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2015년에 처음 접하고 나서 해마다 이 책을 기다리곤 한다. 부지런하게 모든 문예지에 발표되는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찾아 읽는다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사정은 되지 않는다. 등단한지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이 발표한 소설 중 빼어난 작품들을 선정하여 수록한 작품집이 있다는 것 자체가 독자에게는 다행한 일이기도 하다. 해마다 발표되는 작품들에서는 당대 작가들의 시대의식을 읽을 수 있고 상당히 신선한 소설을 읽을 수 있어 좋아한다.

  박민정의 <세실, 주희>는 동의 없이 올라간 동영상에서 창녀가 되어 버리고 만 주희와 반성 없이 문화를 소비하는 일본인 세실, 그리고 이들을 한 궤로 엮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의 문제가 그려진다. 시대의 문제와 역사적 과제를 대하는 두 명의 여성을 그리고 있다. 임성순의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예술과 자본의 문제를 그린다. 주인공이 모든 것을 말아 먹고 마주한 뉴욕 현대예술의 퍼포먼스에서도 역시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자본이었다는 것에 좌절하게도 된다. 반면 작가 본인이 쓴 작가노트는 신랄한 유머라기에는 나같은 독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면이 있어 소설을 읽은 후 작가의 말을 보니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감소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임현의 <그들의 이해관계>는 규정을 지키지 않아 대형사고를 ‘다행히’ 피할 수 있었던 운전기사와 그 버스에 타고 있어야 했는데 탑승하지 않은 해주의 남편을 보여준다. 암담한 대형 참사를 겪은 우리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한편, 생존자-유족들이 부디 자신의 살아남음에 아파하지 말기를 바라게 된다. 정영수의 <더 인간적인 말>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소설이었는데, 존엄사의 선택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지금, 추천하고 싶은 소설은 아니다. 다만, 이모는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에 대해 끝까지 나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김세희 <가만한 나날>은 N포털에 쓰레기처럼 배양되는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다. 그 광고글을 보고 제품을 선택한 피해자는 저 멀리로 다루어지지만, 자신의 기억에도 없는 광고글을 써 제끼던 인물을 보면서 씁쓸한 현실을 정직하게 반영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정나 <한밤의 손님들>은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이 작품집에는 작품에 연결하여 신인 비평가의 비평을 싣는데, 오죽하면 비평가 조차도 아쉬움을 표했을까 싶다.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중편소설로 이 작품집 중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새벽 5시, 졸렸던 눈을 뜨게 만들고 결국 아침 7시에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야 책장을 덮게 만들었으니까. 퀴어에 대한 시선, 동성애자는 이러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이성애자들을 한껏 비웃으면서도 인간이자 예술가이자 동성애자인 인물을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작가의 기깔나는 이야기 솜씨가 깔려 있다. 만담꾼 같다. 문학성을 따지기 전에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올해도 역사와 사회에 문제의식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들의 작품이 독자와 한걸음 더 가깝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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