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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박세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어떤 나라는 못 사는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에서는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차이를 주원인으로 들었다. 정치 및 경제 제도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제도적 차이가 한나라의 빈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강대국-부유한 국가들도 흥망성쇠를 겪어왔다. 전쟁으로 인해 국가가 분열되기도 했지만, 국가 쇠락의 징조는 오랜 기간에 걸쳐 축척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거 번영을 이루었던 국가들은 어떤 제도를 도입했으며 몰락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은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까.
이 책 내용은 크게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분열의 원인-오늘날 부유한 나라를 위협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2부에서는 '리더의 자격'-과거 화려하게 장식했던 부국의 지도자들은 어떤 전략을 펼치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몰락했는지 역사 속 인물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먼저 부유한 국가를 위협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보면, 출산율 하락. 국제무역의 활성화. 부채 증가. 근로윤리의 쇠퇴. 다문화 사회의 공동체성 소멸이 있다.
지난 역사에서 아이들은 중요한 노동 자산의 한 축을 차지했다. (일례로 1800년대 미국 남부 지방에서 노예가 노동력을 대신하면서 그 시기에 출산율이 20% 감소했다.) 오늘날 국가가 점점 부유해질수록 출산율 감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슘페터는 "왜 스스로 꿈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빈곤하게 만들면서 노년에 무시와 모욕까지 당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행복의 척도와 관점 차이겠지만 사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자녀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개인이 누려야 할 기회비용이 크다는 원인도 출산율 감소에 한몫한다.
인구 감소는 곧 노동력 감소를 의미한다. 최근 이민지 유입은 민감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의 한 사회학자는 '이민자들이 미국 주류 공동체로 통합되지 못하고 개별 공동체로 뭉치는 현상을 분화된 동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부유한 나라들은 점차 반이민 추세로 흐르고 있다. 경제적 원인을 비롯,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공동체 정신의 약화와 붕괴를 초래한다는 이유이다.
세계화된 경제에서 국제 무역과 애국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무역과 애국심의 패러독스. 실업수당과 장애 연금의 이면. 과도한 국가 간의 부채 폐단. 규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등등 오늘날 국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사회 경제 문화 등 폭넓은 관점에서 분석한다.
2장에서는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우리 시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과거 뛰어난 지도자들(알렉산드로스, 돈 페페, 골다 메이어 등) 의 통치 전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베네치아, 오스만 제국의 번영과 몰락 과정. 제국을 통치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리더십이 남긴 교훈. 메이지 유신에서 에도막부체제가 무너진 이유 등.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와 상식은 덤이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흐름을 보면 중국의 부상,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질서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맞춰져 있다. 저자의 시각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대내외적인 문제점을 분석하지만, 국가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는 비단 미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가는 내부 분열을 막고 어떻게 지킬 것인가.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오늘날 현생인류로 살아남은 원동력은 신화와 종교의 힘이라고 했다. 혈연과 종교, 신화는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강한 공동체의식을 형성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우리 의식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과거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다. 오늘날 눈부신 과학 발달로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의 통합에 여전히 신화의 힘은 필요하다는 것. 이 책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의 맺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