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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 -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안내서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유은실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그렇다. 삶은 유한하기에 소중하다. 죽음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세상 모든 이치는 이분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과 사, 만남과 이별, 선과 악, 미.추... 이런 두 개념은 서로 상충하는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린다. 따지고 보면 본질은 하나다. 삶과 죽음도 그렇다.
사람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법. 인생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죽음을 맞이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죽음은 예측불허이다. 확실한 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
그렇다면 죽음이란 무엇일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죽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은 나비가 고치를 벗어던지는 것처럼 단지 육체를 벗어나는 것에 불과하다. 인간의 육체는 영혼불멸의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죽음을 실체가 없는 하나의 개념으로 보았다. 존재하지 않기에 알 수 없고, 알 수 없기에 두려운 죽음. 역으로 생각하면 모르기 때문에 두렵지 않을 수 있다. 산 자는 누구도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우리는 죽음을 모른다. 다만 세상을 떠난 자와의 단절이 두려운 것인지도.
이 책은 생이 끝나가는 사람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떠나는 사람은 어떤 자세로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지침서이다. 내용을 압축하면 희망과 배려이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이 올 때까지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희망의 역설이다. 죽음 앞에 거짓 희망의 딜레마. 가망이 없는 사람에게 희망이라니. 그래도 희망이다. 비록 살아있는 시간을 늘려주지는 못할지라도 희망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희망이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두렵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는 사람에게 죽음을 이야기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그 진실을 감추는 동안 환자는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 때문에 마지막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떠나게 된다. 본인의 상태를 제대로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남아 있는 삶의 질이 달라진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품위를 잃지 않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편안한 죽음, 좋은 죽음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보내는 자의 배려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의 저자는 실제 오랜 기간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환자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글이다. 죽음을 앞둔 자의 심정,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 것인지,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따뜻한 조언이다.
인디언 속담에 '네가 태어날 땐 네가 울고 세상이 웃었지만, 네가 죽을 땐 네가 웃고 세상이 우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이 있다. 결국 삶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죽음도 달라질 것이다. 떠나간 뒤안길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