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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평점 :
한편의 시詩처럼 짧디 짧은 책이지만 따뜻한 감성과 함께 사색을 향한 입구로 우리를 안내 해 준다.
같은 고양이과科 동물인 호랑이와 고양이(고기잡이 살쾡이)가 등장하는 그림동화다. 자칫 평범할 수 있었지만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와 반대로 호랑이인 척하는 고양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로 이야기를 전개시켜간다.
동화 속에서 호랑이와 고양이는 각자의 이유때문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한다.
호랑이는 첫째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가 놀라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로는 호랑이라는 정체가 탄로 나서 서커스단에 잡혀가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고양이가 되기로 한다.
반면 고양이는 자신이 나약한 존재라고 느낀 나머지 정체성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호랑이라고 믿어버린다.
호랑이든 고양이든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출발점은 '두려움'이지만 목적은 다르다. 호랑이의 목적은 '배려'이고, 고양이의 목적은 '경쟁'이다.
고양이인 척 호랑이는 타고난 재능과 본성을 숨기기 위해 다른 능력을 개발할 줄 아는 노력가이자 진정한 능력자이다. 반면 호랑이인 척 고양이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지만 타고난 재능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곤 남다른 능력만을 동경하며 허황된 꿈을 쫓는 이기적인 인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파트2로 들어가기 전에 소개된 마크 트웨인의 격언이 '호랑이인 척 고양이'를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열다섯 가지 재능으로 칭찬 받으려 하기보다, 갖고 있지도 않은 한 가지 재능으로 돋보이려 안달한다. - 마크 트웨인]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교훈을 주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각기 다른 삶을 사는 호랑이와 고양이가 친구가 되어 서로 배려하고 돕고 성장한다는 점에 있다. 즉 '관계'라는 키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각자 다르지만 같은 고양이과 동물이라는 점은 근원적으로는 차별없이 한 뿌리임을 비유한다. 우리는 각기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기답게 가능성을 열어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작가는 노트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제를 직접 말해 준다.
[이 이야기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든 이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 버드폴더's Note
직선으로 달리는 짧은 이야기 속에 작으나마 반전도 있으며 이야기의 전개도 자유롭다. 짧고 예쁜 이야기를 어찌도 이렇게 빈틈없이 구성했는지 또 예쁜그림으로 그렸는지 감탄 할 뿐이다.
수묵화 기법으로 그린 그림은 한국적 정서를 옮겨놓은 듯 따뜻하고 다정하다. 특히 호랑이의 얼굴은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과 비슷하여 친근하다. 정겨운 그림과 단순한 줄거리로 유아도 함께 볼 수 있는 그림동화책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분명 나와 같은 어른들일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따뜻한 차 한잔 같은 그림동화책에 마음도 따뜻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