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공공장소에서 펼쳐서 읽기엔 제목이 부담되는가? 솔직히 나는 부담이 됐다. 

결국 돈에 관해 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하고 매우 위선적이라는 반증이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한국이든 일본이든 사회적으로 돈에 대한 솔직한 담론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가 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는지 모른다. 표지와 제목을 보면 이렇게 짐작이 된다. '아~ 이 책은 돈에 관한 자기계발서군.'


놀랍게도 이 책은 소.설.이다.


물론 문학으로서의 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스토리텔링 기법에 실어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써의 소설이다.


어쨌든 소설이라고 하지만 대화형식을 빌어 온 소설이다. 작가의 경험을 그대로 살려 두 명의 등장인물의 대화로 풀어낸다. 전통적으로 사람은 대화를 통해 많은 정보를 교류 해왔다. 스토리 텔링이 중요한 이유이며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아마 이 책의 내용을 자기계발서 형식으로 썼다면 분명히 400쪽은 족히 넘었을 분량이다. 소설이었기에 200여쪽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보인다.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 모든 정황과 상황, 조건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내용을 보면 작가가 소설의 형태를 빌어 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에 대한 작가의 배려이자 효율성을 극대화 시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한 때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빌 게이츠가 복도에 떨어진 100달러를 보면 주워야 하는 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초당 수익이 엄청나기 때문에 100달러를 주으려고 허리를 숙이는 시간에 100달러보다 더 큰 수익을 잃는다는 것이다. 


남의 곳간의 재보를 밤낮으로 헤아려 본들 단 한푼도 내 것이 될 수 없음에도 이렇듯 우리는 부와 돈을 말할 땐 자주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를 말한다. 


이 책의 장점은 돈에 관해서 바로 내 주변에서 실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준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사업실패담을 말하는 내용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자영업자를 비롯 해 일상을 사는 우리들의 공감을 충분히 끌어 내고 있다.


어쩌면 도산 후 3억원의 빚을 떠 않은 채 이혼까지 당한 남자가 겨울날 햇볕 좋은 공원에 나와 소일없이 그냥 하루를 보내는 설정 자체가 현실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90퍼센트는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네."(32쪽)라고 시작하는 노인의 충고는 부자는 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소비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돈을 더 냄으로써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지 않다는 안도감을 사는 것'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돈에 대한 우리의 몰지각한 상식을 조금씩 깨준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거든"(41쪽)

"10억원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 실제로 10억 원을 갖게 되면 절대 자신이 상상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네."(48쪽)


라고 누구든 나이 먹으면서 깨달아 갈 수 있는 것들도 콕콕 짚어준다.


탁월한 부분은 화폐와 신용의 발생 원리를 설명 해 주는 부분이다. 


"돈의 역사란 '신용의 역사'와도 같아. 경제가 처음 성립되었을 땐 사람들은 물건만 믿었어. 이른바 '현물'이지. 눈앞의 물건과 물건을 교환함으로써 경제가 성립될 수 있었다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어. 경제에 시간 관념이 들어갔기 때문이야."(57쪽)


"물건과 신용이 처음으로 거래된 거야. 시간의 개념 다음에는 지역의 개념이 들어갔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마침내 어디서든 가치가 인정됨과 동시에 유통 비용이 낮은 '금화'가 발명되었어."(58쪽)


간혹 뉴스에서 접하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나 금리인상 뉴스는 별개로 하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복리의 마술'이라거나 '72의 법칙'이라거나 '돈이 돈을 번다' 또는 '돈은 스스로 일한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금리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 책에서는 "부채는 재료, 금리는 조달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거지."(98쪽)라며 부채와 금리에 대한 기존 인식마저 살짝 바꿔 준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부자들과 성공한 투자자들만 아는 비밀일지도 모른다. 


몇 해 전 발표되어 많은 논란을 낳았던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대정신' 파트3를 보면 금리가 화폐보다 먼저 발생했다는 것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즉 물물교환 시기부터 금리는 신용이라는 가치와 함께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으나 화폐는 나중에 생긴 것이다. 여기서 금융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즉 화폐는 영원히 금리를 추월할 수 없으며 모든 화폐에는 액면가 뒤에 숨어있는 금리 즉, 부채가 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어렵게 이해하고 나니 왠지 억울하고 화가 났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돈도 결국 자원의 일종이 아닐까라고. 즉 내가 사는 동안 잠시 빌려 쓰고는 죽을 때 돌려주고 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정주영회장이 타계했을 때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북한에 소떼를 끌고 간 양반도 저승 갈 때 돈은 못 가져갔다고.


지금 생각 해 보면 인간의 욕심과 소유라는 측면에서 보면 돈을 못 가져 간 것이 맞겠지만 돈이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능력 껏 빌려 쓰다가 다시 돌려주고 간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것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증명하고 정리 해 준다.


"돈에 소유자는 존재하지 않아. 전 세계에서 돌고 도는 돈은 '지금'이라는 순간에만 그 사람의 수중에 있는 거야. 원래 소유할 수 없는 걸 소유하려 하기 때문에 무리가 발생하는 거고. 그래서 돈을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걸세. 부자들은 돈을 소유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사용하고 있어."(105쪽)


지면에 미처 다 옮기지 못한 더 많은 충고들과 개념정리들에 이어서 노인은 다음과 같이 결론낸다.


"'돈은 반드시 다른 사람이 가져온다'고 했어. 돈은 세상을 순환하는 흐름과도 같아. 흘러가는 물을 일시적으로는 소유할 수 있어도 그걸 언제까지나 소유하지는 못하는 법이지. 그래서 부자라는 인종은 돈을 반드시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빌려주거나 투자하려고 들어. 그때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관건이야 (중략) 그래서 부자는 자신의 돈을 반드시 그 금액에 어울리는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주는 거야.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라네."(199쪽)


그래도 소설의 형태라 그런지 마지막엔 잔잔한 반전으로 마무리한 이 책은 이어지는 저자의 에필로그를 통해 "돈이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222쪽) 라고 명확하게 정리한다. 


또  "누구나 평생 함께 어울리게 되는 돈. 의무교육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돈의 교양'을 올바르게 깨우치고 양성하는 것이 여유로운 인생을 만들 뿐 아니라 더 나은 인격을 형성시켜준다. 이 책이 그런 흐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만 줄이도록 하겠다."(223쪽)라고 이 책의 목적을 말한다.


이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우리 모두 누구나 집착할 수 밖에 없는 돈이지만 정작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