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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 마음대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마음대로 사는
이창현 지음 / 부크크(bookk) / 2022년 11월
평점 :
바다를 보러 동해에 갔다.
한섬해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물결치는 파도 소리가 더 선명히 들렸는데
물결 흔적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물결은 빛이다.
파도가 사장에 밀려올 때
모래는 빛난다.
물결이 돌아갈 땐 빛도 사라진다.
물결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생채기 하나 없이 본연의 모습으로 간다.
물결은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알 듯 말 듯 모호하게 존재한다.
저자 이창현의 에세이 <물결>을 읽고
동해 바다의 물결이 생각났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
‘마음대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마음대로 사는’
이 말이야말로 물결이지 않을까.
끝없이 움직이는 바다 물결은
어쩌면 물결이 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가끔은 호수에 고인 웅덩이처럼 조용한 요행을 꿈꿨을 테고
때로는 폭포처럼 시원한 모습으로 태어나길 바랐을지 모른다.
물결은 마음대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마음대로 사장을 적시며 빛을 내어줄 폭을 정한다.
빛의 인도자는 그런 모습이다.
저자 이창현의 <물결>은 시간과 단어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3년부터 시작해 2022년까지 약 10년 동안 저자가 살아온 삶에 대해 고백한다.
써놓은 일기를 모은 것 같이 진솔해 읽기 편했다.
“아, 나도 그랬지.”를 연거푸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2022년 마지막 부분에 도달한다.
매일 증명의 광장에서 버스킹 했던 그가 지금은
비로소 본인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본인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그의 안온함이 글에서 느껴졌지만
결코 쉽게 얻은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단어를 따라 적어낸 글은 주도적인 삶을 사는 새로운 저자가
담담히 풀어내는 일상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길을 걸으며 사색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사람들과 모여 책을 읽을 때까지
저자를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내 옆에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에
이창현의 물결은 나의 사장의 빛을 주었다.
우리는 각자의 파도를 가지고 사는 건 아닐까.
파도에 밀려온 물결은 물결이기에
색깔도 모양 그리고 파고까지 전부 다르겠지만
저자가 스스로의 물결을 만들어온 것처럼
우리 모두도 저만의 물결 만든다면
어떤 색깔이든 모양이든
상관없지 않을까.
마지막은 책의 내용으로 끝맺으려 한다.
“이것이 나의 본질인지, 내가 진정으로 가치를 느끼는 일인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인지,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인지.”
이 물음에 그렇다는 답변이 떠오른다면
그 물결은 빛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