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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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고통]

글쓰기 책을 읽었다. 글이 술술 써지기는커녕 뭔가 보여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쓴다. 지금도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다. 저자가 느꼈을 부담감에 비하면 하찮은 것일 테지만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좋은 책에 화답하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오히려 글문을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과한 욕심은 내려놓고 다시 꿋꿋이 글을 써보자.

[나의 언어를 찾아서]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 일련의 과정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단순히 '책읽기'가 목표였다. 그저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이 되려 했다. 허나 글 쓰는 맛을 알아버린 지금은 '책읽기'보다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책을 빛나는 주인공으로 연출하길 원했을 출판사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의 서평에서 책은 소품에 불과하다. 정물화를 그리듯 빛과 그림자 모두를 담아낸다. 그리고 주인공인 '삶'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킨다. 책이라는 글감으로 글 쓰는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나의 언어를 찾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글쓰기 책과는 다른]

책「여성의 글쓰기」는 잘 쓰는 법을 쭉 열거하는, 흔한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글로써 직접 보여준다. 어떠한 틀에 맞춰 천편일률적인 글을 쓰도록 강요하기 보다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찾아 자신만의 글을 쓰게끔 격려한다. 전자가 남성성이 강조된, 흔한 글쓰기 책이라면 후자는 여성성을 강조한 글쓰기 책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엇이 우월한 글쓰기인가를 따지는 책은 아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의 글쓰기를 세상 밖으로 꺼낸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다.

[여성의 삶을 말하다]

저자는 "글쓰기는 여성에게 최적화된 노동이다."(8쪽)라고 말한다. 억압적인 여성의 삶 속에서 그나마 자유로이 행할 수 있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세상과 단절된 채 아이에게, 가족에게 맞춰진 여성의 삶은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와 저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들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가 될 수 있으니. 여성이 글쓰기 적합한 SNS 공간도 있겠다, 글쓰는 맛을 본 여성이라면 해방감을 주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글쓰기를 결코 중단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은 삶을 말하다]

엄마가 되고 나니, 의도치 않아도 여성의 소외를 말하게 된다. 엄마가 된 여성들에게 소외는 더 이상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일상이기에. 이전에 비하면 여성의 지위가 상승했을지 몰라도, 여전히 여성들은 소외로 고통받고 있다. 한편 저자는 소외의 경험에 대해 이와 같이 말한다. "이 경험들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입장에 서는 상상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았을 것이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몰랐을 것이다."(133-134쪽)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시작한 개인의 글쓰기가 더 나은 삶을 외치는 사회적 글쓰기로 이어지는 것은 모든 글 쓰는 사람의 숙명일 테지만, 여성의 글쓰기는 보다 소외된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두의 평등한 삶을 위한 외침에 더욱 가까워 보인다. 즉, 이 땅의 모든 아들들을 위해서도 여성의 글쓰기는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여성들이, 특히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당장 글쓰기에 돌입하길 바란다. 하나 하나의 목소리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길 바란다.

[글쓰기의 즐거움]

'어떻게 쓸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들으려 했건만 되려 답을 해야만 했다. 이 책은 글쓰기의 고통을 덜어주기 보다 그 고통을 충분히 경험토록 한다. 분명 고개를 수도 없이 끄덕이며 읽었음에도 몇 날 며칠을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난 지금은 후련하다. 왠지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잘 쓴 글이든 아니든, 누군가가 읽든 읽지 않든, 존재의 가치를 증명했음에 만족한다. 고통 이후 찾아오는 이 쾌감에 중독된 것일까. 더 이상 나는 글쓰기를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언어를 찾아 나만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글 쓰는 사람이라 하기 부끄럽지 않을 순간이 내게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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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m.blog.naver.com/counselor_woo/221754176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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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난제
고김주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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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민주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

한 권의 책은 한 사람과의 깊이 있는 만남을 주선한다. 책을 펼치는 순간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저자와 독자 간의 다소 긴 대화가 시작된다. 눈을 맞추듯 활자 이면의 '사람'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저자와 그의 의도가 확연히 보인다. 저자들 중에는 독자와 소통하려 애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혼잣말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도 있다. 「민주주의라는 난제」의 저자 고김주희는 독자들의 무지함을 일깨우듯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지며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민주주의 사회라 하기에는 갈 길이 먼 한국 사회에 돌직구를 날린다. 호흡이 긴 문장이 대부분이지만 꾸밈없는 글이라 버겁지는 않다. 그저 비민주적인 사회에 대한 저자의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질 뿐이다.

[민주주의라는 과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그리 민주적이지 않다. 저자는 그 원인을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가와 재벌들에게 온전히 돌리지 않는다. 날카롭게 '민'의 무관심을 지적한다. 정치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 민주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날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해낸 주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오늘날의 '민'들에게 화가 난 듯하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좋은 것이라 여기지만 자신과는 먼 이야기로 치부한다. 그러나 저자의 말에 의하면 정치는 그들만의 놀이,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다.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모두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때 비로소 좋은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즉, 민주주의라는 난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향한 외침]

비민주적인 실태를 꼬집는 저자의 쓴소리에 괜히 역정을 내고 싶을지도 모른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혁신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독선적으로 비칠 수 있다. 이전 정부 때 출판되었다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분명 올랐을 책이다. 어떠한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더 나쁨과 덜 나쁨의 차이에 의한 착시일 뿐, 내가 보기에는 그저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 같다. 교과서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하는 이야기, 미디어에서는 쉽사리 다루지 못하는 이야기를 저자는 거침없이 내뱉는다. 아마도 사익에 눈이 먼 정치가나 자본가들은 대중이 이와 같은 책이 아닌 연예계 뉴스나 스포츠에 시선을 고정하길 바랄 것이다. 그들의 바람과 달리 진정으로 노예근성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이 책을 통해 저자와 보다 깊은 대화를 해보길 권한다.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위한 연대]

부끄럽게도 나 역시 내 집값만큼은 오르길 바랐다.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로 여겼고, 은연중에 재벌을 용인하고 선망했다. 난민은 물론이고 소외된 이웃의 아픔에도 무심했다. '좋은 민'이 아님을 자각하지 못한 채 '나쁜 사회'만을 탓한 나를 반성한다. 더 이상 민주주의가 이기적인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한다. 일상의 정치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공동의 이익을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낼 때,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그야말로 참된 민주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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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m.blog.naver.com/counselor_woo/22174788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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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 심리학
이지안 지음 / 글항아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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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처음이기에]

심리학을 전공하고, 수년간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온 상담자라 할지라도, 엄마는 처음이기에 초보 단계를 건너 뛸 순 없었다. 배웠으니 뭔가 다를 것 같지만, 배움은 밤마다 자책을 위한 수단으로 즐겨 쓰였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수도 없이 눈물을 삼키고, 훔치고, 쏟아냈다. 그럼에도 배웠기에 보다 수월하게 그 시기를 지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이점(利點)을 알기에 나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픈 마음이 크다. 나에게는 아직 꿈이지만 그 꿈을 실현한 이가 있다. 이지안 작가. 그녀의 책은 내가 가야 할 길을 예고한다.

꼭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노련한 엄마가 된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아이의 전문가는 바로 엄마인 '나'니까. 다만 심리학을 알면 시행착오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발달학, 영양학, 응급처치학도 모자라 이제는 육아를 위해 심리학까지 공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괜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초보 엄마 심리학」, 이 한 권이면 충분할 테니.

[엄마가 아니면 모를 이야기]

보통의 육아서에서는 엄마의 심리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 아이의 심리와 발달에 초점을 맞추고 으레 엄마라면 '~해야 한다'라는 말을 한다. 반면 「초보 엄마 심리학」은 육아로 고달픈 시기를 보내고 있을 초보 엄마의 마음을 섬세히 어루만진다. 그리고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야말로 기존 육아서들과는 다른​ '엄마 중심 육아서'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만이 아니라 선배 엄마로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엄마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지만 육아전문가들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내용까지 다룬다. 엄마가 아니면 모를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풀어놓는다. 그러니 엄마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초보 엄마라면 폭풍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막 초보 딱지를 뗀 엄마라면 나처럼 '맞아 맞아'하며 맞장구를 치지 않을까.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는]

넘쳐나는 육아 정보 속에 엄마들은 반전문가가 되어간다. 게다가 각종 육아템이 육아를 돕고는 있지만 저자는 오히려 요즘 엄마들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왜 힘들 수밖에 없는지 조목조목 짚어주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친절한 가이드 덕분에 모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육아의 길은 평탄치 않겠지만 이전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육아할 수 있을 것 같다. 갓 엄마가 된 여성들을 위한 책이지만 그들만을 위한 책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를 잃어버린 채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며느리로서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에게도 힘이 되지 않을까.

책 곳곳에 엄마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를 꾹꾹 담아낸 흔적이 보인다. 아마도 저자는 지면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그저 구성이 아쉬울 뿐이다. 제목처럼 심리학을 근거로 하지만 에세이에 가까워 보인다. 마치 저자가 옆집에 사는 심리학자 언니 같다. 제목에서 이 친근함을 강조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나의 적응이었는지 저자의 변화였는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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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성장 사전 사춘기 사전
박성우 지음, 애슝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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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사전이 아닌 따뜻한 사전]

글을 쓸 때면 사전을 가까이한다. 적절한 말을 찾고, 제대로 쓰기 위해 수시로 사전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어휘가 쌓이고, 조금씩 더 나은 글이 완성된다. 사전은 그렇게 나를 성장시킨다. 사전이 개인의 성장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말이 가지고 있 힘 덕분이지 않을까. 「사춘기 성장 사전」또한 그 말의 힘을 한껏 살린 책이다.

이 책은 사춘기의 성장과 관련된 62개의 말을 소개한다. 말이 쓰이는 상황이 각각의 말에 댓글처럼 2~3가지씩 달려있고, 덧붙이는 글과 예시, 사전적 정의, 그림이 각자의 방식대로 그 말을 부연 설명한다. 여느 사전처럼 쉽게 읽히고, 쉽게 써먹을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을 쏙 뺀 사전과는 달리 「사춘기 성장 사전」은 10대들의 마음을 유쾌하게 담아내 감성을 자극한다. 읽다 보면 머리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머릿속에, 마음속에 새겨진 말들은 사춘기의 성장에 좋은 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음이 말이 되어]

요즘 애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신기하다. 몇 안 되는 말로 그들끼리 소통한다. 마치 어른들의 '거시기'처럼. 서로 통할지는 몰라도 사춘기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감정과 생각을 물으면 아이들은 쉽게 답을 못한다. 순화한 예로, 슬퍼서 짜증 날 수 있고, 화가 나서 짜증 날 수 있는데 '짜증 나'로 통일한다(짜장면도 아니고;;). 그러면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도, 온전히 표출할 수도 없다. 온전히 자신을 마주하기도 어렵다. 사춘기, 말로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할 때, 이 책을 통해 마음을 말로 변환한다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사실, 어른들의 시각에서 보면 이게 책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그저, 메신저와 SNS의 단문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한 책이다. 그들만의 언어인 신조어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충분해 보인다. 사춘기의 자녀를 상대하는 부모, 교사, 상담사라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펼쳐 보는 것도 좋다. 더 나아가 단순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댓글 달듯 자신의 경험을 추가해 보기도 하고, 말들을 활용해 자신의 사춘기 성장에 관한 글을 써본다면 더욱 유익하지 않을까.

[사춘기는 위기가 아닌 기회다]

급변의 시기임과 동시에 기존의 것들을 뒤엎어버림으로써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시기, 즉 사춘기는 카오스(혼돈) 그 자체다. 한 개인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혼돈의 시기를 견뎌야 한다. 막다른 길 같고, 벼랑 끝에 선듯한 상황에 우울감과 절망감이 종종 밀려오겠지만, 누구나 지나가는 그 길을 지나는 것일 뿐임을 알았으면 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사춘기는 훌쩍 자랄 수 있는 시기'다. 모든 10대들이 그 기회를 잡길 바란다. 이 책과 함께 악착같이. 그리고 이 시기를 충분히 만끽하며. 그렇게 꿈꾸며 성장하기를.

사춘기의 부모 또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아이의 반항은 부모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힘겨루기를 하고, 짓누르려 한다. 사춘기 이전에는 이 방법이 먹혔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다. 더 발악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의 반항은 사춘기 성장의 필수 코스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마음에 평화 가 찾아온다. 그저 아이가 성장하리라 믿으며 아이의 책상에 이 책을 슬쩍 올려놓자. 어쩌면 성찰하고는 겸연쩍어하며 만회하려고 곰살갑게 다가와 줄지도 모른다. 고진감래 라고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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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m.blog.naver.com/counselor_woo/22172972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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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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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을 쓴다]

스티븐 킹, 그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그린마일>(2000), <1408>(2007), <미스트>(2008)를 보았을 뿐이다. 세 편 모두 꽤나 인상적이었고 불가사의했다. 비록 영화 세 편이지만 그의 작품 스타일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워낙 독특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특유의 불가사의함은 여전했다.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까지.

우리집에도 체중계가 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늘 숨어 있다. 올라갔다가 기분 좋게 내려온 적이 없는 체중계, 그 위에 오르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 된다면? 체중계의 숫자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그만한 희소식은 없을 거다. 그런데 체중이 느리지만 꾸준히 줄어든다면? 그러나 보여지는 것에는 변화가 없다면? 게다가 접촉하는 모든 것에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면? 기쁨을 한 순간에 공포로 바꾸는 스티븐 킹의 상상에 독자들은 유혹당할 수밖에 없을 거다. 점점 줄어들어 체중이 0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의 스토리텔링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완독하기 전까지는 손에서 책을 놓기 어려우니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펼쳐보기를 권한다.

다만 내가 미국인이고, 그의 소설 애독자인 동시에 그와 함께 나이가 들었다면 조금 더 쉽게 읽혔을 것 같다. 번역서 특유의 이질감이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국 영화 보듯 읽으면 된다. 왠지 이 책도 곧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할리우드라면 가능할 테니.

[삶의 무게가 줄어들면 고도가 높아진다]

저자는 말한다. "...중량도 시간처럼 기본적으로는 한낱 인간이 만든 생각 아닌가? 시계의 바늘, 욕실 체중계의 숫자, 그것들도 가시적인 영향력이 있는 비가시적 힘을 측량하려는 노력의 수단에 불과하지 않나? 미천한 우리 인간들이 실재라고 여기는 것을 초월한 보다 높은 실재를 손안에 넣어 보겠다고 애쓰는 미미한 노력 아닐까?"(32-33쪽) 어쩌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과 '중량이 줄어드는 것'은 '다르지 않음'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운 저자다(그의 나이 72세(만 71세)에 원서가 출간됨). 줄어드는 시간을 몸소 느끼면서, 이에 작가적 상상을 더하여 재창조해낸 인물이 몸무게가 줄어드는 남자, 스콧 캐리가 아닐까.

스콧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남은 인생을 만끽하기로 한다.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며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꿈으로써' 작은 사회통합을 이뤄낸다. 그는 솔직히 두려웠고, 가까운 이들과의 이별은 그를 힘들게 했지만 행복 그 이상의 고양된 기분을 느끼며 스스로 고도에 오른다.

노년의 스티븐 킹 또한 죽음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에게는 불꽃처럼 빛나는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초월영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듯한 그의 통찰이 동성혼 만큼 낯설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덕분에 죽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다. 이는 삶의 무게가 줄어든 것이기도 하겠지.

[고도에서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을 읽고나면 종종 저자의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해본다. 읽기 전이 아닌 읽은 후에 하는 이유는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대하지 않기 위해서고, 저자에 대해 검색하는 이유는 책을 더 깊이 곱씹기 위함이다. 그래서 한 검색에서 그의 장녀가 동성혼을 했다는 흔적을 발견했다. 그의 표현처럼 '좀처럼 낫지 않는 입병 같은 문제'이지 않았을까. 동성혼을 한 딸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딸이라서. 그녀를 향한 사회적 시선과 그 시선을 대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하고픈 이야기가 참 많았을 거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처럼 상냥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

​기독교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따르지만 유독 성소수자는 이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동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종교적인 관점에서도 그들을 조롱하고 밀어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성적취향은 그들의 한 면에 불과하고, 그 한 면이 다르다고 그들을 폄하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그들을 향한 닫힌 마음을 조금 열면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이 보일 거다. 상처받고 아파하는 한 사람. 이 책은 그들을 한 인간으로서, 우리의 이웃으로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하지 않지만 자신의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며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스콧이 그랬다. 스콧에게 찾아온 변화와 그가 일으킨 변화의 순간들을 함께 하다보면 사회적 시선이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돌아설 지도 모른다. 고도에서 바라보면 늘상 보던 것들도 달리 보이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 법이니까. 이 책을 통해 그런 불가사의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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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s://m.blog.naver.com/counselor_woo/221725032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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