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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진심 - 산상수훈을 통해 듣는
스카이 제서니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0년 9월
평점 :
두피플 2기 목회자 서평 그룹에 선정되어 10개월 동안(2020. 9 ~ 2021. 7) 활동하게 되었다. 9월 서평도서는 스카이 제서니 목사의 <예수님의 진심>이다. 독자로서 출판사를 통해 흥미로운 저자를 소개받는 일은 참 즐겁다. 물론 소개팅이 무조건 아름다운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듯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맛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예수님의 산상수훈(마5-7장)을 다룬다.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하나님 나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신약의 귀중한 유산인데, 그렇기 때문에 그 내용이 기독교 안팎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혹여 ‘산상수훈’이 무언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산상수훈에는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유명한 대목들이 줄을 잇는다. 팔복, 빛과 소금, 주기도문, 황금률 같은 것들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프롤로그의 문제제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삶의 길이 바빠 예수의 말을 무시하며 달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 모든 사람이 각자 삶의 길을 걷느라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무시한다. 흔히 인생 여정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하는데, 언제 마칠지 모를 인생 여정을 마치 9.53초 후면 도착할 것처럼, 100미터 트랙을 뛰듯이 숨 가삐 달린다. 그러니 주변을 살필 여력이 없다. 무호흡으로 달리면 소리마저 먹힌다. 가까이서 손짓하는 예수가 보일 리 만무하고, 애타게 부르는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길을 걷지만 길을 잃은 상태고, 피곤하지만 멈출 수도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는 무엇이 그리 바쁜가. god 형님들의 노랫말을 떠올려보자.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알 수 없다면 짚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너무 바삐 달리느라 내가 걷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서두르는 건 아닌지, 잠시 서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코로나19가 우리의 숨 가쁜 현실에 강제휴식?을 부여했다. 이때에, 산상수훈에 담긴 “예수님의 진심”을 헤아려 보면서 스스로의 길을 점검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구성은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으나 현대인들의 특성을 감안한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산상수훈으로 알려진 마태복음 5-7장의 본문을 강해식 해설을 붙였다면 절대 이 분량 안에서 해결할 수가 없다. 저자는 5-7장의 분량을 총 9개 장, 74개의 짧은 묵상으로 나눠 넣었다. 특징은 각 묵상마다 채 3페이지가 안 될 정도의 간명한 분량으로 정리했을 뿐 아니라, 매 묵상마다 한눈에 정리되는 감각적인 삽화를 실었다. 그리고 각 묵상의 마지막에는 참고 성경구절을 덧붙여두어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책을 잘 활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읽어갈 것을 제안한다.
일단 눈에 거슬리는 삽화는 건너뛰어라. 먼저 글의 내용을 읽고 소화한 다음, 참고 성경본문을 읽으면 이해가 깊어진다. 그런 뒤에 삽화로 마무리하면 글의 내용이 이미지화되어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참고로 이 책은 줄 치며 볼 만큼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여기서 삽화의 강점이 드러난다. 일독을 한 후에는 그냥 삽화만 쭉 훑어도 내용이 대강 기억이 날 정도다. 삽화는 그런 도구로 쓰인다. 처음에는 읽어라. 그리고 삽화로 글을 정리하라. 간혹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 때는 삽화만 넘겨도, 마음에 걸려드는 메시지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바쁜 현대인들의 삶의 문화를 읽어낸 맞춤형 글쓰기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서평은 이 책의 타깃 독자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글일 것이다. 길고 장황하다. 길지 않아야 빠르게 읽을 수 있고, 어렵지 않아야 머물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글의 이미지화는 글을 정리하도록 돕는다. 물론 어떤 글은 머물러서 숙고해야 할 만한 ‘좋은’ 글들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명문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답잖은 이야기들이 때로는 좋은 글감으로 쓰이기도 하고, 긴 호흡으로 글을 대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세상이 그다지 많지 않다.
아울러 한 가지 염려는, 이 책은 똑똑한 신학생들 혹은 목회자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을 만하다. 엄청난 인사이트를 담고 있거나 특별히 깊이 있는 해석을 던져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짚어야 할 것은 유별난 문장만 찾아 헤매는 사람 치고, 그 문장을 제대로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책을 대충 훑어보고 혀를 끌끌 차기 전에, ‘나도 이렇게 쉬운 글을 쓸 수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자가 어려운 글쓰기를 못해서 이런 쉬운 책을 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쉬운 책이 아니라, ‘쉽게 쓴’ 책이다. 책날개에 기록된 그의 이력만 보아도 웬만한 사람들에게 글쓰기 지적을 받을 만한 이력은 아니다. 게다가 많은 한국 신학생들, 목회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유력 신학교에서 공부도 마쳤다. 저자는 철저하게 “삶의 길이 바빠 예수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쓴 것이다.
‘좋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좋다’ 말하지 않는다. ‘사납다’라고 한다. 아마도 어렵고 길어질 수밖에 없는 글을, 간결하고 짧게 정리해낼 수 있는 능력을 ‘실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스카이 제서니는 확실히 실력 있는 저자다. 스카이 제서니의 산상수훈은 예수님의 진심에 대해서도 묵상하게 하지만, 짧고 간결한 글에 어떻게 심오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지를 배우게 한다. 짧고 쉽게 쓴 글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무리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닿았던 글귀를 소개하고 서평을 마치려고 한다.
우리가 좁은 길로 가는 것은 그 길이 쉬워서도 아니요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다. 단순히 넓은 길이 멸망으로 이어지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좁은 길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p.222
그렇다. 바쁘게 뛰는 현실에, 큰 길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자.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다. 우리가 좁은 길을 찾는 이유는 쉬워서도 아니요,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 길이 예수님을 만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 길 끝에 주님이 서 계신다. 개인적으로는 이 한 문장을 건진 것만으로도 책값은 다 했다. 모르긴 몰라도 산상수훈을 통해 전하는 예수님의 진심은 ‘그 길을 함께 걷자’는 위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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