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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한 권으로 읽는 역사 (한영 합본)
헬렌 K. 본드 지음, 이학영 옮김 / 도서출판 학영 / 2020년 7월
평점 :
<예수: 한 권으로 읽는 역사> (한영 합본)
헬렌 본드, 이학영 옮김, 도서출판 학영, 2020.
신생출판사 '도서출판 학영'의 첫 책, 헬렌 본드의 <예수: 한 권으로 읽는 역사>는 소위 역사적 예수 연구의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입문서라기보다는 '역사적 예수 연구'라는 방법론을 사용하여 그려낸 '예수' 소개서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애초에 원서가 그러한 의도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100페이지가 안 되는 얇은 분량의 책이다. 이 책과 같은 시리즈의 책으로, 새물결플러스에서 역간한 존 바클레이의 <단숨에 읽는 바울>이 있다. 앞으로도 해당 시리즈의 책들이 꾸준히 번역될 예정이라고 하니 독자들은 기대해볼 만하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예수'라고 하는 유대인 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역사적 예수의 연구의 주요 관심이 '인간 예수'를 드러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예수'라는 인물이 살았던 시대, 문화, 환경, 정황 등을 당대의 문헌과 고고학적 사료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규명해나간다. 그리고 그 시대의 사람, 예수를 신뢰할 만한 인물로 재구성하려는 작업이 역사적 예수 연구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의 구성 1부는 예수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역사적 정황, 공관복음(마태, 마가, 누가)과 Q자료를 토대로 구성해 낸 예수를 그려주고 있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근본주의 내지 복음주의의 강력한 영향으로 '참 하나님이신 예수와 참 사람이신 예수'라는 신성과 인성의 위격적 연합 교리를 강조하면서 예수를 '신인(神人)'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신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참 하나님이신 예수에 대한 해석은 분명하게 강조되지만, 참 사람이신 예수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예수에 대한 교리적 설명은 균형감을 드러내나, 그것에 대한 해석은 균형감을 상실한 것이다. 역사적 예수 연구라는 분야가 근본주의 내지 복음주의권 신학의 보수적 성향과 교류되기 힘든 부분들도 있어보인다. 그러나 참 사람이신 예수에 대한 해석의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역사적 예수 연구의 결과를 경청해보는 것이 기본이요, 바람직한 태도라고 지적해야겠다.
2부에서는 예수가 남긴 유산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상은 예수가 탄생한 이래로 꾸준히 꿈꾸었고, 전파하려고자 했던 체제전복적인 '하나님 나라의 도래' 사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사건이 가져다준 파급력은 2천년의 역사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예수의 유산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역사적 예수 연구가 갖는 의의가 적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그 시대의 예수를 재구성하는 일이 꼭 필요한 이유는 현대인의 현대적 해석의 틀로 예수를 이해하게 될 때 생기는 간격은 자주 오해나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해석적 틀을 배제하고, 당시대의 있는 그대로의 예수를 보여줌으로써, 보다 예수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선명함을 짚어내려고 하는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현대의 독자들은 그렇게 예수를 인식하고 읽어감으로써 좀 더 예수의 메시지에 '직접적'으로 가 닿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특별히 이 책이 갖고 있는 특징이자 장점을 꼽자면 출판사 대표의 사려깊은 배려와 아이디어가 묻어 난다는 것이다. 사려깊은 배려라면, 이 책을 읽는 독자층이 대부분 신학생 내지는 목회자일 것을 감안하여 목회자의 영어공부를 지원할 목적으로 원서 원문을 실어주었다는 것이다. 한글번역문이 약 100페이지, 영어 원서가 약 90여 페이지 되는 듯하다. 이것을 편집에서 아이디어를 활용했는데, '리버스북' 형태로 출간했다. 대개는 영한대역의 경우 양쪽 페이지에 번역문과 원서가 나란히 배치되는데 반해, '리버스북' 형태는 책을 정본으로 읽어가면 번역서가, 책을 거꾸로 뒤집어 읽어가면 원서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신학과 영어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받은 셈이다.
좋은 소식은 유튜브에서 <영어대장 티처킴>을 검색하면, 영어고수 김태훈 목사님께서 진행하는 <예수, 원서 읽기>가 한창이다. 재미있게, 일타강사 수준으로 짚어가면서 읽어주시기 때문에 이해를 못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무료로 공개하시니 이만한 기회가 또 없다. 그냥 한 권씩 사들고 유튜브 시청만 해간다 하더라도 책값의 10배 이상일 것이다. 목회자, 신학생들 뿐 아니라, 예수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 한 권씩 구입해서 인간 예수의 면모를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보수적인 신앙 토대를 갖고 있는데, 나름 재미있게 읽었으니 안심하고 읽어가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거슬리는 지점 하나를 언급하면, 간혹 보이는 오타가 조금 치명적이긴 하다. 주전 4년을 주전 4세기로 표기하는 등의 오타가 몇 군데 발견된다. 신생출판사의 귀여운 실수라고 치고, 책이 많이 팔려서 2쇄를 찍을 때는 잘 수정되어서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