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기주의자>의 저자 웨인 다이어는 자신이 평생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자처하면서 깨달은 것을 조언의 형태로 <인생의 태도>에 담았다. 철저한 이기주의자에게 이타적인 태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어쩌면 세상이 기대하는 이타주의는 적극적으로 이타적인 사람이라기보다 덜 이기적인 사람과 태도를 지칭하는 말일 수 있다. 나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책을 읽어가려고 애썼다. 굳이 기독교인의 입장을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애쓰지 않으면 그동안 익숙했던 대로 읽히게 된다.
기독교는 모든 사람을 죄인으로 규정한다. 기독교가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성경’이 말하는 바가 그러하다. 복잡한 신학적 논쟁은 차치하고 인간은 본래적인 죄인이요, 이기적이고, 교만하다. 히틀러 같은 희대의 전범을 예로 끌어오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을 한 번이라도 면밀히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얼마나 본성적으로 이기적이고, 교만한 상태에 있는 지 알 수 있다. 부인한다면, 설득시킬 수는 없다. 애초에 인정하지 않으려는 본성이 죄의 본성이라서. 여튼 내 관점은 그러하다. 이기적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정도의 차이일 뿐, 어느 정도의 이기심은 가지고 있을 것인데 웨인 다이어가 말하는 것처럼 이기주의자로 살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의 조언은 큰 틀에서 한 마디로 압축된다. 인생은 “생각한 대로”다. 인생은 생각한 대로 이뤄지며, 내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세계인만큼 자신의 책임있는 세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렸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고, 도전하지 못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부의 환경과 조건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그 환경과 조건을 대하는 내 태도, 내 생각은 통제가 가능하다. 이런 조언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우리는 대개 ‘탓’하게 된다. 남 탓, 상황 탓, 부모 탓 등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탓’을 돌리면서, 피해는 자기가 받는다. ‘탓이 무엇인가? ‘책임’이다. 저자의 말은 인생은 자기 선택의 결과, ‘책임’을 지는 것인데, 그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고서 피해는 본인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피해를 받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 피해는 남 때문에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자기의 생각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 느끼게 되는 패배감이기 때문이다. 고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탓'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태도이다. 저자가 말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이기심을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 철저하게 ‘자기’에게 ‘이기적 태도’를 가질 것,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상황을 대하고, '생각한 대로' 상황을 바꾸어 갈 수 있다는 믿음, 이 믿음을 갖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태도를 나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반인륜적인 방식을 선택할 것이 아닌 한, 어떤 이기적인 존재를 나의 이기심 아래 굴복시키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보다 가능한 곳을 공략하는 것이 지혜일지 모르겠다.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남을 통제하려는 이기적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생각(감정)을 적극적으로 통제한다면, 아마도 그것이 남을 위한 이타주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나를 돌아볼 기회를 가진 일은 유익한 경험이었다. 물론 근본적인 가치관의 차이로 저자의 조언이 다 그럴듯 하게 들린다거나, 불편함이 없지 않다. 진정 인생의 의미를 물을 용기도 잃어버린 사람에게 태도가 무슨 의미일까.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서 이미 인생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과연, 생각을 바꿔보라는 조언이 힘이 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비관적으로 흐르는 감정을 잠시 붙들어 놓고,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 지를 자신 안에서 찾아보는 일은 도움이 될만 하다.
요약하면, 웨인 다이어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통제하고, 바꿔보세요. 그러면 달라질거예요." 라고 말하고, 우리는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