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페미니즘, 서로를 알아 가다
양혜원 지음 / 비아토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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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원 <종교와 페미니즘 서로를 알아가다>

 

교회 언니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교회언니, 양혜원님은 작가로서보다 번역가로 먼저 알고 있었다. 그간 약 90여권의 외서 번역을 했고, 특히 유진 피터슨, 헨리 나우웬과 같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개신교 외국저자들의 전문번역가로 익숙한 이름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로 자기 글을 쓰기 시작했던 듯하고, 이후 <교회 언니의 페미니즘 수업>이라는 책을 추가로 내놓게 되면서 한국 복음주의권에 페미니즘 화두를 던진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페미니즘이 뭔지도 잘 몰랐다. 어줍잖게 주워들은 잡지식이 전부였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교회의 암울한 그림자인 근본주의적 보수개신교의 강렬한 저항 때문에라도 향후 동성애’, ‘페미니즘과 같은 젠더이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논쟁이 불가피한 영역이리라 짐작된다. 벌써 차별금지법 이슈로 개신교 내에서도 법률 해석과 적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이제는 젠더이슈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시대착오적인 꼰대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에 딱 좋다.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도 이러한 첨예한 주제에 관한 이해는 시대적으로 시급하다 하겠다.

 

누가 읽어야 할까. 이 책은 나같은 사람이 읽으면 제격이다. 페미니즘이 뭐지? 하는 사람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유교, 기독교적 문화에 익숙한 사내들, 혹은 여성들이 입문으로 읽으면서 기독교와 페미니즘이 함께 할 수 있는가? 함께 한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물론 설득력이라는 기준이 개인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균형미가 느껴지는 글로 읽혔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상하지 않고읽었다면,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저자는 한국교회와 개신교인들이 흔히 실수하는 대목을 잘 짚어준다. 주지해야 될 현실은 유례없이 급성장한 한국개신교는 불교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로 인정받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나, 여전히 여러 종교 가운데 하나라는 지위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가 마치 한국에서 주류 종교로 전제하고 해석, 접근한다면 제대로 헛다리 짚는 것일 수 있다. 현실인식부터 정직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기독교라는 용어보다는 종교라는 일반적인 개념과 용어들을 넓은 의미로 사용함으로써 기독교에서 한발짝 떨어져 최대한 객관적인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다분히 느껴진다.

 

이 책의 장점이라 할 것도 위의 부분과 연결된다. 기독교인이면서, 여성인 종교여성학자가 종교(기독교)와 페미니즘을 한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려 했다는 점이다. 본인이 기독교인이면서도 기독교를 종교라는 범주에 넣고, 보다 객관적으로 설명하고자 한 설정은 지혜로웠고, 여성이면서도 페미니스트들이 가진 오류들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해명하면서 균형감있게 정리해내고 있다. 이런 류의 해설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신뢰를 부른다. 설득력의 비결은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탄탄한 논리와 근거로 서술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소위 내 이야기의 근거를 대기 위해서 편향적인 입장과 근거로 의견을 개진하게 되면, 같은 편 입장에서도 볼성사납고 피곤해지는 꼴을 보게 되는데, 그런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는 좋은 기술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던 챕터는 1장 서론과 4장 결론부였는데, 1장은 소위 페미니스트 기독교 신학의 역사를 짚어준다. 페미니즘의 기원과 주장에 관한 기본 개념 정리가 탁월하다. 4장의 결론부에서 자유/해방주의 페미니즘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것을 한국 복음주의 페미니즘 과제로 넘겨 해결해보려는 시도들이 신선하게 와닿았다. 아울러 서구 사회에서의 주요 이슈들을 한국적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종교-문화적 요소에 대한 이해 위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중국 짜장미엔과 한국의 짜장면의 맛이 다른 것처럼, 베트남의 쌀국수와 한국의 쌀국수가 다른 맛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서구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던 기독교가 동양의 한국에 유입되어 한국형 기독교로 정착하기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종교-문화적 요소가 서로 융합하며 드러나게 된 한국기독교의 페미니즘 문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는 것이 합당하다. 그동안 여성의 역할과 지위, 권리, 억눌린 삶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편향되어 있었는지, 또 그것이 해소, 해방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무리한 주장들이 있어왔는지도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여성에게만 불합리하게, 균형없이 들이대는 잣대, 불합리, 불균형을 바로 잡는 일에 한국 기독교가, 또한 복음주의 페미니즘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양혜원님의 여성 3부작은 다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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