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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범죄와 수사, 재판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9년 12월
평점 :
[크리미널 조선] 조선에서의 범죄와 수사, 그리고 재판
'기록문화의 정수'인 조선시대답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의 상당부분은 조선시대와 관련된 기록들로 채워진다.
특히, 당시에는 컴퓨터나 전산행정체계도 없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상황이나 시대상을 종이와 붓이라는 제한적인 필기구를 이용하여 철저하게 기록해나갔다는 점에서,
현대 우리나라의 다양한 영화, 드라마, 음악, 만화, 책의 훌륭한 소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주로 우리가 접하는 것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조선시대의 굵직굵직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역사'였고, 조선에 대해 알면알수록, 더 깊게 알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저자는, 그러한 독자들의 니즈를 파악했는지 '다양한 관점, 새로운 관점으로서의 조선'을 바라본다.
오늘 소개할 도서역시 '조선시대에 발생한 범죄, 수사. 재판'에 대해서 다루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SBS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이야기Y등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조선시대의 범죄, 수사, 재판'에 대한 기록역시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사법기관은 법원, 검찰, 경찰로 구분되어지지만,
조신시대의 사법기관은 육조 중 형조로서, 지금의 대법원과 법무부를 합친 기능의 성격을 가진 정부부처였다.
형조에는 소속부서로서 상복사, 고율사, 장금사, 장례사로 나뉘며 소속 관청에는 좌`우포도청,
좌`우순청, 율학청, 전옥서, 장례원, 보민사로 나뉜다.
상복사는 사형죄인 등 중죄인의 2심과 3심 재판을 담당했고, 고율사는 법령과 사건을 조사했으며,
장금사는 형벌과 옥사에 관한 일, 금령을 내리는 일을, 장례사는 노비의 호적과 포로에 관한 일을
처리했다.
드라마에 자주 나와 익숙한 '포도청'은 지금의 경찰청과 같은 기능을 가진 기관으로서
도적의 체포나 각종 범죄를 단속하고, 도성의 안밖 야간 순찰을 담당했으니 지금의 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순청은 포도청 산하의 순찰기관으로 도성 안밖의 도적을 방비하고 화재를 예방하는
일종의 파출소 개념이다.
율학청은 법전의 시행에서 전문적인 실무와 법률 교육을 맡아 보는 곳으로, 법제처와 사법연수원
기능을 담당한다. 전옥서는 지금의 교도소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곳, 장례원은 노비의 문서를 보관`관리를
보민사는 '벌금'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다. 이처럼 중세시대의 조선왕조역시도 우리나라의 현재
사법기관들과 비교했을 때에 기능과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서문에서 소개되는 '조선시대의 사법기관 소개'역시도 흥미로운데, 뒤에 이어지는
살인사건 파일, 미제사건, 성범죄사건, 무고사건, 절도 및 강도사건, 위조 사건 등
현대시대에서 발생하는 범죄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는 범죄들, 그리고
조선시대에서는 모든 살인사건에 희생된 시신을 검시(지금의 부검)을 진행했다는 점역시도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특히, 당시에 법의학 지침서로 사용된 <신주무원록>을 살펴보면,
시체의 상태를 통하여 사인을 규명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여기에는 검안을 작성하는 방법과 검안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과정역시도 다루고 있어서
'혹시나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 역시도, 흥미로웠다.
한가지 예시로 '몽둥이에 맞아 죽는 경우'(둔기로 인한 사망)
= 몽둥이로 맞아 죽은 시체는 눈이 열리고 손이 흐트러져 있으며, 두발이 산만하고,
복부가 팽창하지 않는다. 전신이 가벼운 상처 이외에 어느 곳인가에 상처가 하나 정도 있는데,
길이와 너비가 어느 정도 요해처(생명과 직결되는 부분, 급소)와 관련되어 있다. 검험하여
이와 같으면 생전에 몽둥이로 맞아 죽은 것이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기법과 시신을 부검하는 방법들을
지금의 현대수사기법과 과학수사로 보아도, 명확하게 되어있으므로
'조선은 야만의 시대였다'라고 보는 일부의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은 매우 틀렸음을 보여준다.
특히 사형제도에 관련해서는 3심제를 도입하였는데, 이는 당시의 다른 왕조국가들과도 비교했을때에 한발 앞서있는
행정체계와 사법제도를 운영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에, 정말 '조선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점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준다.
이 외에도 많은 에피소드와 사건을 다루는 내용이 있지만, 직접 읽어보고 평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줄인다. 정리하면, 조선은 '현대시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지금처럼 정밀하게 DNA검사를 진행하는
도구나 기법, 컴퓨터와 데이터베이스라는 ICT기술이 없어서 그런것일뿐, 당시에는 할수있는만큼 최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한사람의 억울한 이가 없도록' 정밀하게 조사를 진행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현재 과학수사는 매우 뛰어난 수준이며, 특히 마약류를 감식하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정확도도 높다는 점에서, 아마도, 선대의 훌륭한 미덕을 후손들이 물려받았음이 아닐까는 생각도 든다.
다만, '과학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수사인력의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인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수많은 국과수 연구원들과 사무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단순히 이 책을 읽고, '아 조선시대는 이랬구나'라는 정도의 감상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재 범죄, 수사, 재판과 연관시켜 깊게 생각해본다면, 더 깊은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