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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바우쉬 - 끝나지 않을 몸짓 ㅣ 현대 예술의 거장
마리온 마이어 지음, 이준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평점 :
서점에서 이 신간을 발견했을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의심하게 되었죠.
이 책의 글자들은 과연 피나를 묘사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불행히도 피나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그녀의 몸짓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름은 강의 슬라이드에서 스치듯 지나갔어요. 무대를 찍은 사진은 특별히 매력적이지 않았고, 흔히 볼 수 있는 현대무용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게 된 건 같은 해 개봉한 영화 <피나> 덕분입니다. 흙에서 뒹구는 사람들, 머리카락과 드레스를 붙잡힌 채 내달리는 여자, 물바닥 위로 몸을 던지는 남자. 상식적이지 않은 연출로 가득 찬 무대와 영화는 눈과 마음에 계속 잔상으로 남아 떠돌았죠.
지금은 절판된 을유문화사의 <피나 바우쉬-두려움에 맞선 춤사위>는 실제로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공연을 보지 않았더라면 읽지 못했을 겁니다. 텍스트나 이미지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서요.
그렇다고 이번에 새로 출간된 <피나 바우쉬-끝나지 않을 몸짓>이 그녀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적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작업을 말로 옮기는 것을 얼마나 불편해했는지, 그렇게 하는 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리고
“언젠가 그녀는 만약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었더라면 자신은 결코 안무를 할 필요가 없었을 거라고 밝힌 적이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피나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녀가 남긴 말과 탄츠테아터 부퍼탈 무용수들의 인터뷰는 피나와 탄츠테아터를 이해하는 중요한 힌트가 되거든요.
피나가 낯선 친구에게는 영화 <피나>를 보여주고, 헤어지는 길에 이 책을 손에 쥐어 주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피나의 몸짓이 닿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계절이 바뀌는 이때, 귀한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 본 글은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고, 본래는 절망감에서 나 자신을 위한 무엇인가를 만드는 걸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안무를 만들려고 그랬던 것이 아니라, 유일한 목적은 원래 춤을 추고 싶었다는 거였습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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