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피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장편소설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지음, 최혜정 옮김 / 슬로우리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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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단일 민족이라고 말하면서 변방의 끝에 있어서 우리의 삶이 매우 익숙하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제 삼자의 눈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풍경을 본다면 그 안에 숨겨진 모순과 폭력성을 알아채기 쉽겠더라고요.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의 소설 박피를 덕성여대 스페인어과 졸업 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한서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체혜정님이 번역을 하였는데요. 번역자를 이렇게 길게 소개한 이유는 번역을 누가했느냐에 따라서 문학류인 소설은 깊이가 매우 다르게 느껴지기에 한번 길게 써봤씁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6년간의 관찰을 바탕으로 K-뷰티 산업과 외모 지상주의, 그리고 살점과 기계가 뒤엉킨 21세기 섹슈얼리티의 로맨스를 관통하며 한국 사회가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온 민낯을 거침없이 벗겨낸 소설이더라고요.

 

소설의 내부 페이지 곳곳에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 풍경과 현실의 부조리함이 생생하게 투영되어 있었는데요. 11 페이지의 내용에서 주인공 지호는 시술용 기계 끝에서 반짝이는 빨간 불빛에 의해 좁은 진료실 속 현실로 돌아오기 전, 우주에서 휴가를 보내는 상상을 한다. 거대한 구조물인 보이저 스테이션과 무중력 공간을 꿈꾸는 그의 환상은, 역설적으로 매일 반복되는 외모 관리와 시술의 공포, 그리고 답답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요즘 우리의 심리를 극대화하여 보여주더라고요. 여성분들이라면 화장을 매일 하는 귀찮음 알잖아요. 하지만 나만 화장 안 하고 갈수도 없고 아름다움을 향한 강박과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사회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외감이 잘 느껴져서 읽는 것만으도 공감되고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109페이지에서 인물들이 경복궁을 향해 세종로를 따라 걷는 장면은 한국 사회가 품고 있는 기묘한 이중성과 역사의 단면보여졌는데요. 라일락꽃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평화로운 거리 풍경 속에서도,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농성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일상적으로 매일 보는 장면이라 특이할 것 없는데 외국인 작가의 입장에서는 이 관경이 특이한 풍경인가봐요. 소설에서 이 모습을 보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외면하고 싶은 불편함일 수 있지만, 그 껍질을 벗겨낸 자리에 남는 것은 결국 우리가 직시해야 할 날것 그대로의 진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소설로 읽어서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편하지만 불편함 그리고 다른 시각으로의 환기를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이 소설 읽으면서 힐링하시길 바래봅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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