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나의 딸 연주 - 편지
김해나 지음 / 해나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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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페이지를 보면 연주는 낯선 도시에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아는 이 하나 없는 막막한 이 도시에서 아버지를 찾을 길을 잃어버렸다”는 문장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단절된 관계를 복원하거나 부재하는 대상을 추적하는 ‘여정’의 형식을 띠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유령도시처럼 생기를 잃은 거리는 연주의 심리적 고립감이 더 크게 느겨졌는데요. 높은 굽 때문에 휘청이고 스타킹에 오물이 묻는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연주는 포기하지 않고 ‘나이트 광고지’라는 실마리를 잡고 택시에 오르더라고요. 이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든, 혹은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숙제든, 연주가 마주해야 할 진실이 그리 녹록지 않은 곳에 있다고 느겨졌습니다.

 

반면 111페이지에서는 분위기가 반전되는데요. 여기서 연주는 어머니와 한 건축가 사이의 대화가 중심을 이룹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어머니를 단순히 ‘누구의 엄마’가 아닌 ‘영자 씨’라는 본명으로 부르는 순간인데요. “누군가가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오랜만에 들으니 얼떨떨하고 어색하다”는 연주의 독백은, 가정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살아왔던 이 시대 모든 어머니의 삶을 얘기하는 문장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아버지가 사용하던 찻잔을 건축가가 사용하는 장면이나 기타 동호회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은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며, 새로운 관계와 활력이 그 빈자리를 서서히 메워가고 있음을 보여주더라고요. 어머니의 ‘애교 섞인 앙칼진 대답’은 그녀가 다시금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생기를 되찾고 있음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묘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수필 같으면서 소설같은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이 재미있었던 5월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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