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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간 과학자 - 삶과 죽음 사이에서 만난 과학의 발견들
김병민 지음 / 현암사 / 2025년 11월
평점 :
과학자의 눈으로 병원에 있는 검사 기기를 하나하나 해석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책이었는데요. 챕터 2에서 다루는 X선(엑스레이)의 발견은 과학이 인류 사회에 미친 혁명적인 영향을 상징하는 거였더라고요. 뢴트겐의 발견은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된 것은 아주 우연히 터뜨린 '세렌디피티'라는 행운의 사건"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대가로 "파괴적으로 인류 사회에 긍정적인 경우 따르는 대가"도 컸음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저자는 뢴트겐이 "정규 대학 입학 자격을 얻지 못했"던 학창 시절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위대한 과학적 성취가 순탄치 않은 삶의 궤적 속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는데요. 과학이 고립된 연구실의 산물이 아닌, 한 인간의 치열한 삶과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읽혔습니다.

또한 챕터 4에서는 ’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라는 최첨단 기술의 원리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는데요. 인류는 늘 겉으로만 들어나는 이야기를 알 수 있다면 뇌 활동 역시 알 수 있겠다는 의문에서 '생각할 때 피가 빨간색으로 빛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은 이 철학적 길목에 생물학적 답변을 제시한다." 하면서 탄생한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fMRI의 핵심 원리인 Blood Oxygenation Level Dependent (BOLD) 효과를 산소의 유무에 따른 헤모글로빈의 자기적 성질 변화(강자성/반자성)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활동이 증가한 뇌 부위에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쇄도하고, 이로 인해 자기장 왜곡이 줄어들어 MRI 신호의 세기가 강해지는 과정을 마치 "바다 위 파도가 달이 숨긴 중력의 비밀을 알려주듯, 혈액의 산소 농도가 뇌가 간" 직한 비밀을 읽어내는 과정처럼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흥미로운 탐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저자의 역략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복잡한 과학적 원리들을 명확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설명하면서도, 그 기저에 깔린 인간과 생명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요.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병원이라는 공간이 사실은 수많은 과학자와 그들의 헌신적인 발견이 응축된 곳임을 깨닫게 해줘서 새삼 과학자들에게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과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며 더 재미있을 것 같고, 다른 시각으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힐 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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