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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이재호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평점 :
휠체어를 탄 수현의 개꿈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수현의 개꿈은 매우 인상적이다. SF소설 같은 느낌이다. 우주선 안에는 수현 혼자만 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후잠보 박사님, 아수스, 정중혁 꿈 속에서 그들은 강력한 자기장대를 형성한 모이라이 소행성계로 향하고 있다. 모이라이 소행성계는 태양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심우주여서 인공태양과 바이오스피어만으로 생명체의 번성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원대한 꿈을 품고 2년 반 동안 우주선을 항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확인 물체에 부딪혀 수현은 마치 침팬지처럼 온몸에 털이 나고 손발에서 촉수가 호박 넝쿨처럼 자라나더니 그 끝에서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액체가 흘러나왔다. 촉수는 수현의 얼굴에서도 자라나 눈, 코, 입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수현을 비명을 지르면서 꿈에서 깬다. 소설의 초반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국내 소설에서 이런 에스에프적인 등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읽는 것은 드물어서 작가님이 이름이 다시보였다. “이재호”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쓰는 기본도 되어 있고 이재호만의 독특함도 있고 그래서 그를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작가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껍데기”라는 책제목에서 이 소설의 주제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읽는 독자마다 해석이 다를 것이라고 생가된다. 작가분은 “인간이란 존재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껍데기에 결부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외부와 내부를 가르는 껍데기는 자아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에 개인적으로 공감한다. 거기에 덧붙여 개인적인 생각을 첨가한다면 껍데기가 필요없을 정도로 자신의 자아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껍데기를 걸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껍데기를 걸치면서 우리는 하나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자신도 가면 속에 갖쳐서 허우적 된다고 볼 수 있다. 수현이 우주선을 타고 항해하면서 선원들과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자신의 껍데기에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할 때 우리는 더 껍데기가 드러나게 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