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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문해력 수업 - 인지언어학자가 들려주는 맥락, 상황, 뉘앙스를 읽는 법
유승민 지음 / 웨일북 / 2023년 3월
평점 :
감정 문해력 수업 엄청 어려울 것 같다. “눈치” 수업이라고 하면 어떨까?
프롤로그에서 “어릴 적부터 눈치는 나의 특기였다.”라는 말로 이 책은 시작한다.
좀 전까지만 해도 자본주의나 주식투자에 대한 책을 읽다가 인지언어학자가 쓴 책을 읽으니 첫 문장부터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으면 더 요약적으로 저자의, 사람의 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글을 쓴다면 나는 어떤 문장으로 글을 시작할까? 궁금해진다.
“어릴 적부터 눈치는 나의 특기였다.”는 문장처럼 조금은 문학적으로 시작할까? 소설책도 아니고 자서전도 아니고 “감정 문해력 수업”이라는 뭔가 지식을 전해주는 책을 쓰는데도 이렇게 감성적으로 문장을 뽑는다는 것이 색다르다고 개인적으로 느껴졌다.
한 편으로는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개성있게 책을 잘 쓰나?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이제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내가 잘 골라서 읽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는 쓰레기 책을 많이 읽어서 서평을 쓸 때도 참 힘들다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 며칠 좋은 책만 읽고 서평을 쓰니 정말 마음이 편하다.
이 책은 ‘국내에서 마음 편하고, 선량하게 살아가고 싶다’ 하는 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해력이라고 하지만 문해력을 국내에서는 ‘눈치’라는 말로 차용해서 쓰기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눈치 없음가 있음은 아마도 감정 문해력이 있고 없음으로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페이지 24에 우리의 눈치를 영국의 일간지들이 묘사한 내용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순간적으로 간파하는 미묘한 기술,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마음, 해를 끼치려는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육감, 재치와 지각력, 이해력, 주어진 만남을 읽는 방법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 그에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나와 있다. 눈치가 이렇게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를 진솔하게 이어가고자 하는 한국인 만의 특유의 노력이라는 데에 감탄하게 됐다. 지금은 눈치 없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인데 옛날 사람들은 숨히 막힐 정도로 눈치를 보고 살았는데... 그들의 눈치 봄이 얼마나 선량한 행위였는지 새삼 깨닫게 되니 우리나라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 만의 정서가 답답하고 싫다고 느껴졌는데 이런 정서가 서서히 사라지니 뭔가 그립기도 하고 이 책을 읽는 내내 국내에 사는 것에 다른 이해가 들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