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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평점 :
#탕비실 #이미예 #출판사한끼 #오팬하우스
🧐 사전 질문
누가 가장 싫습니까?
공용 얼음 틀에 콜라 얼음, 커피 얼음을 얼려 놓는 사람
20여 개의 텀블러 보유, 공용 싱크대에 안 씻은 텀블러를 늘어놓는 자칭 환경 운동가 ❎
정수기 옆에 사용한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사람
인기 많은 커피믹스를 잔뜩 집어다 자기 자리에 모아두는 사람 ❎
공용 전자레인지의 코드를 뽑고 무선 헤드셋을 충전하는 사람
탕비실에서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사람
공용 냉장고에 케이크 박스를 몇 개씩 꽉꽉 넣어두고 집에 가져가지 않는 사람
공용 싱크대에서 아침마다 벼락같은 소리를 내면서 가글하는 사람 ❎
이들과 함께 탕비실을 쓴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누가 가장 싫습니까?
🔍
탕비실 빌런 서바이벌 추리 리얼리티 쇼라는 무지막지한 기획 아래, 자기들 틈에 숨어 있는 '가짜 빌런' 술래를 찾는 일주일의 합숙이 시작된다.
쇼에 참여한 얼음, 텀블러, 커피믹스, 혼잣말, 케이크
다섯 명은 어떤 이유로 각 회사 동료들에게 빈축을 사고, '동료들의 미움을 받지 않는 유일한' 가짜 빌런을 찾기 위해 어떤 빌런을 자처할까?
🔖
이일권 PD가 지원자를 받지 않고 직접 우리를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동료들이 추천했다는 말의 의미가 초 단위로 몸에 따갑게 새겨지고 있었다. 여기 있는 모두는 다른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캐스팅되었다. 단 한 명, 술래를 제외하고는.
23p
나는 그날 그녀가 싫어졌다. 그러나 술래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그녀에 대해 더 알아내야만 했다. 나는 살면서 싫어하는 사람을 더 알아보려고 한 적이 없었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쉽지만 정말로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어렵다. 나는 이 게임이 단순히 탕비실에서 열리는 진상 콘테스트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77p
"감점을 너무 크게 당하면 가산점은 있으나 마나 한 거예요."
122p
이 이야기는 '싫음'에 관한 내 나름의 분출이다. 탕비실은 일상적 휴식의 공간이지만 원하는 만큼 무한정 머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내게 필요한 것이 구비되어 있지만 그것이 완전히 나의 소유는 아니다.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지만 나에게만 허락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꼭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의 축소판 같다.
탕비실에서 겨우 인사 정도만 나누며 스쳐 가는 사람들을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안면이 있다'는 애매한 관계의 정의는 이런 데 쓰기 딱 좋을 것이다. <탕비실>은 이런 애매한 관계 속에서조차 미운털이 박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등장하는 인물 중 그 누구도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받은 적 없고,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우리가 그저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흔히 그러하듯이.
137p - 작가의 말
✨
단순히 빌런들이 모여 가짜빌런, 혹은 최강빌런을 찾아내는 데에 치중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는 없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행위- 누구나 누군가의 빌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단편적인 면만을 보고 결론 내리는 행위의 만연과 그 성급함에 대해 꼬집어준다.
✔️ 가장 멀쩡해보이는 사람도 멀쩡하지 않다는 킥
✔️ 정답이 사실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킥
✔️ 오답도 어떤 관점에서는 오답이 아닐 수 있다는 킥
세 가지 킥을 통해 도파민에 절여져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 의지가 전혀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리얼리티 쇼'라는 도파민 넘치는 포맷으로 풍자하는 재치와 현명함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hanki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