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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궐의 우리 새
장석신 지음, 원병오 감수 / 눌와 / 2009년 11월
평점 :
봄마다 창덕궁이든 창경궁이든 종묘든 꼭 한 번은 꽃구경을 간다. 한두 시간은 줄곧 돌아다니고, 집에 돌아와서는 종묘에선 100평 남짓한 보랏빛 제비꽃 밭이, 창경궁에선 늙은 살구나무 꽃과 할미꽃, 함박꽃이, 창덕궁에선 매화가 볼만했다고 쓴다. 앵두꽃, 복사꽃, 조팝꽃이 좋았다고 쓴 해도 있다. 한데 새는 그런 적이 없다. 일 년에 한 번 보는 꽃들과 다르게 자주 보는 새들이었으니 그럴밖에. 꽃을 짓뭉개는 까치, 참새, 직박구리나 창덕궁 후원으로 넘어가는 숲에서 본 딱따구리, 창경궁 식물원 앞 연못에 둥둥 떠 있는 원앙이 전부였던 것이다. ‘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라거나 ‘보려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라고 해야 할까. 궁궐에 이리 많은 새가 깃들이는 줄 몰랐다. 텃새뿐 아니라 여름새, 겨울새, 나그네새, 길잃은새에게도 ‘궁궐은 낙원’이라는 걸 알았다. 올해 다시 궁궐을 거닌다면 이번에는 새를 찾기 위해 눈으로 사방을 더듬거리겠지. 책에서 한번 보았다고 해서 깝작도요, 꺅도요, 힝둥새 들이 과연 내 눈에 쉬 띌까마는.
<<궁궐의 우리 나무>> 자매편이라 할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