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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큐레이션 - 에디터 관찰자 시점으로 전하는 6년의 기록
이민경 지음 / 진풍경 / 2022년 7월
평점 :
여행하는 도시와 생존하는 도시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차이에 숨어 있는 도시의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잡지사 에디터로 11년을 일한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날카로운 시선이 도쿄 생활 10년차인 나도 보지 못했던 공간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만의 프리즘으로 바라본 도쿄에는 트렌드가 아닌 넓은 의미의 흐름과 공기가 있고, 유행보다는 취향이 있으며,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이를 기꺼이 존중하는 시민들의 뿌리 깊은 선진 의식이 있다. 때때로 투명한 벽에 가로막혀 있는 듯한 폐쇄적인 시스템, 비판적인 의견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비겁한 침묵도 여전히 존재한다_서문 중에서
지금까지 수없이 도쿄를 가 보았던 이들에게도, 생존을 해 온 나같은 이방인에게도 뻔하지 않은 도쿄,
이 책은 한 마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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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만의 도쿄’를 가지고 있다. 핫한 숍을 가봤다는 식의 여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크고 작은 가게에서 배우는 것이 의외로 많다. 제한된 공간의 효율적 쓰임과 놓여진 소품들, 공간을 유영하는 음악, 그리고 점원 혹은 주인과의 소소한 대화 속에서 일과 휴식의 영감, 에너지를 얻는다.(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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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도쿄는 신(新)과 구(旧)의 절묘한 조합과 살아있는 개성,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작가님과 나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나미(波/파도)가 일렁이다 이어졌다.
특히 옛것을 지키고 이어 나가는 일본 젊은 세대들의 머릿속이 늘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속이 시원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도, 물건도, 관계도, 일도, 취향도. 때론 그런 사실이 매우 슬프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영원한 것이 없는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이 몇 개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어떤 세대, 어떤 연령에도 그 가치를 고스란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대단한 일이 아닐까. (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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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도쿄에서 6년을 이방인으로 살아 오면서 바라 본 관광객보다는 조금 더 테이네이(丁寧/정중)하고 성의 있는 세밀한 시선은 어쩌면 나처럼 도쿄에 살았거나, 도쿄에 와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은 이 책이 가이드북이 아니라고 밝히심)
하지만 나는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덮으면서 책 안에서 얻은 새로운 눈을 통해 도쿄를 벗어나 서울을 비롯해 그 어떤 도시든 나만의 공감과 디자인으로 새롭게 큐레이션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알던 도시를 비우고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도시를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레임에 벌써부터 작은 용기가 샘솟는다.
(진풍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