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 - 150일 간의 세계여행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
박지윤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한 여성의 150일간의 세계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그녀의 여행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 특별하다.
누구나 떠나는 이유가 있지만
즐거움만을 바라고 떠난 여행은 아니어서 여행기를 읽는 내게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렇게 살기 싫다."
달리는 물체를 멈추는 데는 힘이 필요하고, 달리는 방향을 바꾸는 데는 더 큰 힘이 필요하다. 흔들릴지라도, 위험할지라도 나에게는 방향 전환이 절실했다.

수능을 잘 보지 못해서, 그 당시 담임선생님이 취업 걱정 없고 적성에도 잘 맞아 보이니 진학하라는 병원행정학과에 진학하여 저자는 병원에 취직을 한다.

이곳에서 월급이 주는 삶의 편안함에 안주하여 20대 풋내기지만 열심히 달려오던 그녀는 상사의 뾰족한 말에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한다.

상사의 휴가 계획을 들으며 저는 언제 갈 수 있어요? 한마디 물었더니
"휴가? 니가? 니까짓 게 무슨 휴간데?"
돌아온 대답.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지?'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지?'

자신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대학시절 순수한 소망을 써두었던 노트를 발견한다.

리스트 중에서 세계여행 글자를 한참 매만지다가 그날 저녁, 미얀마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돌아오는 티켓은 없이.
이후 떠날 날을 기다리며 월급의 절반 이상은 꼬박 저축하고 그녀는 부모님의 반대를 찬성으로 설득하고 난 뒤 미얀마로 2월에 떠났다. 700만 원과 미얀마행 편도 티켓만을 들고 나섰다.
이후 미얀마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인도 바라나시, 인도 자이살메르, 튀르키예,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나미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거친 150일간의 길고 꽉 찬 여행을 해나간다.
각각의 나라에서 보고 느낀 것을 진심을 다해 적어 내려간 글.
여행을 떠난 동기도 새삼 특별하더니 각각의 여행지에서 그녀가 마주한 것과 그 안의 깨달음도 더욱 특별하다.
그녀의 여행기 중 몇 군데의 일화만 소개해 보겠다.

[안나푸르나를 위한 여정]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네팔에 도착하자마자, 카드로 비자 비용을 지불하려던 그녀가 마주한 문구. 'only cash'.
한국인이라도 눈에 띄면 염치불구하고 돈을 빌려보려던 그녀는 외국인만 가득한 공항에서 난처해한다. 하지만 내내 그렇게 손놓고 있을 순 없어서 앞에 있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달러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여기 나가서 atm에서 바로 출금해 드릴게요."

"그렇군요. 여기 15달러요. 이건 당신을 위한 선물이에요."

"네? 아니요, 아니에요. 여기서 나가자마자 드릴게요!"

"enjoy your trip."

낯선 외국인이 그렇게 그녀에게 남기고 간 지폐와 한마디.
따듯한 온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이름도 국적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순수한 마음이 히말라야를 닮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신이 그녀에게 안나푸르나를 선물하려고 심어놓은 천사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트래킹을 시작하는 날 아침에 가이드를 만나 짐을 조금 맡기고 나머지는 본인이 다 짊어졌다고 한다.
가이드는 짐의 무게가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라고 이야기했다.
포기하지 못한 것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의 무게를 더 견디면 되는 인생의 진리를 고스란히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가이드의 재촉과 격려에 트래킹을 해나갔다.
그녀는 7일간의 강행군 끝에 안나푸르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안나푸르나의 비현실적인 장관 앞에서 느낀 감동. 어지러운 소음이 없는 곳에서 느껴본 완벽함.
이곳에서 그녀는 상념을 놓아버릴 수 있었다.
앞으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앞으로 나아갈 평생의 자신감을 얻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성공했는데
뭔들 못 할까!"
자기를 묶어두던 "내가 무슨."이라는 무의식이 깨진 순간이었다.


[우리는 다 같은 신의 자식이야]

그녀가 탄자니아에 머무르던 때의 일이다.
킬리만자로 등반은 비용 때문에 포기했어도 멀찍이서 눈에라도 담고 싶어 '모시'라는 작은 동네에서 생긴 일이다.
후기를 살피고 숙소 예약을 해서 택시비를 알고 있었던 그녀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현지 택시 기사들에게 조롱을 당하고 있었다.
"그 가격에 태워 줄 택시 기사 못 찾을걸?"
그녀가 외국인이라고 비싼 가격 부르지 말라고 살짝 언성 높이던 찰나,
"꼭 그렇게 할 필요 없잖아?" 말하며 다가온 한 남자.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저자의 편을 들어주러 온 것이다.
탄자니아어로 택시 기사들과 그 남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괜히 싸우게 만들어 일이 커질까 봐 무섭기도 해사 그녀는 그냥 택시 기사들이 부르는 대로 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도와줘서 고맙다고 남자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다 같은 신의 자식이야. 외국인 구분하지 않고 같은 인간이니까 도와주는 거야."
김해공항을 떠난 이후로 늘 외국인이고 이방인으로서 지내던 그녀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진심이 담긴 남자의 한마디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생김새가 다른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들과 자기를 항상 구분하던 선을 긋고, 자신 또한 이질감 가득한 눈빛으로 그곳 사람들을 대했던 것.
하지만 선을 지워버리고 나면 결국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같은 인간이고 다 같은 신의 자식임을,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인간"일뿐임을 깨닫는다.


[여행 그 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5개월 동안 영어로 말하며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자신을 생각한다.
그렇게 영어학원 강사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나가던 중 4년째가 되었을 때 건강 문제로 또 한 번 고비를 맞는다.
그 사이에 자신의 30대를 마주하고 몸도 마음도 휴식이 필요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떠난다.
그러던 중 공저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책 쓰기 버킷리스트를 기억해 낸다.
프로젝트를 신청해 글쓰기 수업도 참여하고 글쓰기 매력에 빠져있던 중 동기를 통해 책 써볼 생각 없냐는 제안을 받는다.
그 후 에세이 작가팀 모집 공고문을 보고 초고 쓰기에 집중하며 2017년 여행을 떠나던 때의 자기 자신과 다시 마주한다.
"니 까짓 게 무슨 휴간데."라는 말에 펼쳤던 오래된 일기장으로부터 변해나간 자기 자신을 돌아본 그녀는 말한다.

"설렘과 불안함이 뒤섞인 채로 수많은 점을 찍으며 30대에 도달했다.
뒤를 돌아보니 수많은 점이 이어져 하나의 길을 만들어 냈고, 그 결과물이 썩 마음에 든다."

성큼 다가온 새로운 10년을 채우기 위해 노트를 펼쳐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추가한 그녀.
누리고 싶은 행복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
다시, 희망은 품고 두려움은 껴안아 보려고 한다.라고 우리에게 책으로 자신을 보여주고 용기를 주는 그녀.
여행을 통해 진짜 "나"를 되찾은 그녀에게
새로운 계획과 그 결심에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하는 것들이 작은 점일지라도, 점이 모여 인생의 길이 되고 내가 된다는 것.
나도 이 책을 통해 다시 용기를 내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용직이면 어때 - 이전과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하다
이경용 지음 / 담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소개]

예전에 소개한 책 "나는 아름다워질 때까지 걷기로 했다."의 저자 남편분이 쓰신 책이다.
부산에서의 생활을 접고 거처를 제주로 옮겨 제주살이부터, 영천으로의 이사.
또 거주지를 옮기면서 생계를 위해 해보지 않았던 일용직 일을 하며 삼남매를 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작가의 삶이 책의 글자에 그대로 녹아 있다.
꾸밈도 없다.
세 아이의 아버지라고 세상이 그저 쉽기만 했을까?
직장을 그만둘 때, 제주로 이주를 할 때, 제주에서 일용직 일을 처음 시작하던 순간.
모든 것들의 처음과, 처음 이전에 두려움을 비롯한 무수한 감정들을 통해 잠시 가장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10년간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회사를 그만둘 때에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곳으로 이직 계획이 정해졌다거나 다른 분야의 공부를 시작한다거나 계획이 있어서 직장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
그저 살아온 날보다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기에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하나로 결심한 일이다.
가족부터 주위 지인들이 아무도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누구도 이해시킬 수 없는것을 알게 된 그는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마주하게 된 일용직 일감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칼국수집 설거지부터 타일 조공일, 토목 공사 현장일 등을 해나가며 마흔이 넘어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하고나면 그 다음부턴 자연스럽고 두려움은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또한, 여러 일을 할수록 중요한 건 체력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힘든 일상이 있어도 언제든 운동을 생활화 하는 사람이 되었다.
일용직을 하며 또 얻은 것은 평일의 즐거움이라 한다.
그렇다고 일용직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 말한다.

"직장인에게 시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일용직이면 어때 p.150중에서"

일용직 노동자는 언제든 원하면 쉴 수 있지만 언제까지나 쉬기만 한다면 경제적으로 궁핍해진다.
이 부분을 읽으니 하루 루틴과 운동에 대한 것들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사람은 모름지기 본능에 의해 편한 것에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다.
편하면 한없이 편하고 싶은 것이 사람인지라, 어디에 매여 일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일상을 촘촘히 가꿔나가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책 속에서 저자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기를 가꿔나가고 가정도 가꿔나간다.
단순히 하루 일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생활 말고,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는 사람이 되었고, 책방을 열어 운영하기도 했었다.
가족과 트래킹을 하고, 지역 달리기모임에 참여하며 하프마라톤까지 완주한 마라토너가 되었다.

평범한데 평범하지 않은 삶이다.
누군가는 정말 평범하다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과 일용직일의 균형을 찾고, 그 균형속에서 나와 가정을 변함없이 가꿔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를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 본성에 대해 알 수 있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평범한 일상속에서도 무수히 나를 거르고 가로지를 수 있어야 한다.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듯.

이 책을 읽고나니
죽은 물고기는 배 내밀고 떠밀려가지만 살아있는 물고기는 작은 송사리라도 위로 올라간다며 떠내려만 간다면 사는게 아니라는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가 이 문명사회에서 그냥 떠밀려갈 것인지, 아니면 힘들어도 역류하면서 가고자 하는 물줄기를 찾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네. 다만 잊지 말게나. 우리가 죽은 물고기가 아니란 걸 말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p.111중에서

저자는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시려나.
아이넷을 홈스쿨링하며 자연을 벗삼아 그렇게 살아가더라도 한번도 그저 떠밀려간적이 없는 삶.
힘들어도 역류하면서 가고자 하는 물줄기를 찾는 삶.
저자와 가족들에게 먼 곳에서 많은 응원을 보낸다.
나도 나만의 물줄기를 찾으며 그저 떠내려가는 삶을 살지 않기로 결심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날 수 있을까
이지은 지음, 박은미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줄거리]

"누가 우리를 닦아 주지 않아도 우리가 빛날 수 있을까."


황금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인도 자이살메르에 살고 있는 여덟 살 소년 빅키.
주머니 속에 든 돌을 어루만지며 맨발로 뜨거운 거리를 걷는 소년은 생각한다.
자신이 빛날 수 있는지를.

빅키는 삼촌이라 부르는 사람과 산다.
이 삼촌은 빅키의 진짜 삼촌이 아니다.
그는 거리를 헤매다 만난 삼촌이다.
빅키의 부모는 빚 때문에 빅키를 고기잡이에게 팔았다.

고기잡이배의 일은 어린 빅키에게 고됐다.
하루 열다섯 시간의 일은 기본, 자신의 몸의 수십 배가 넘는 커다랗고 무거운 그물을 강물 속으로 던져야 했는데 그물이 엉키기라도 하면 사장은 화를 내며 아이들을 물에 던져 넣었다.
그물에 엉켜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 친구들, 흙탕물에 눈이 먼 친구들.
처음에는 스무 명의 아이들과 일을 시작했지만 나중엔 여덟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이곳에서 빅키와 그의 친구 티티는 몰래 도망쳤다.

몰래 도망쳐 도착한 자이살메르 거리를 걷다가 만난 삼촌. 삼촌은 차이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한다.
빅키를 데려와 상처에 연고도 발라주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삼촌은 말한다.

"나랑 살면 이거 매일 먹을 수 있고, 달콤한 차이도 하루에 세 번이나 마실 수 있어."

빅키는 삼촌과 살기로 결심한다.

"그 대신 공짜로 널 먹이고 재워 줄 수는 없어."

다시 동네로 돌아가면 나쁜 사장이 빅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에, 고기잡이 일보다 이 일이 낫다고 체념하며 빅키는 차이를 만드는 일을 하며 그와 살기로 결심한다.

빅키와 같이 도망친 티티.
이 친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일하는 티티.
음식 서빙부터 설거지, 가게 청소 등 온갖 궂은일을 작은 손으로 해나간다.
티티는 어느 날 빅키에게 자신은 다시 여기를 떠날 것임을 말한다.

"다시 지옥으로 돌아온 것 같아. 맞는 게 너무 끔찍해. 돈도 안 주고. 난 얼른 돈을 모아서 학교에 다니고 싶단 말이야."

아무도 자신을 때리지 않는 곳으로 가겠다는 티티.

그는 혼자 일을 하며 지낼 것을 생각하며 델리로 도망쳐 그곳에서 구두닦이를 할 계획을 이야기한다.
자이살메르에서 델리는 열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인데 티티가 혼자 그곳에 가겠다니 빅키는 걱정되었다.

"아무도 구두를 닦지 않겠다고 하면 어떡해?"

"그럼 구두에 몰래 소똥을 떨어뜨리고 앗! 신발이 더러워졌네요! 하면서 닦아 주면 돼."

담담히 말하는 티티에게 빅키는 자신은 여기서 차이 만드는 일을 계속 배운다며 여기 남을 것임을 말했다.
잠깐의 시간도 둘 사이엔 허락되지 않는다.
티티가 일하는 가게 사장은 티티를 찾아내 고함친다.

"티티! 일 안 하고 뭐 하는 거지? 맞을 줄 알아!"

티티는 다시 가게로 걸음을 재촉하며 빠른 속도로 말했다.

"빅키. 너는 인도에서 가장 맛있는 차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거야.
나는 세상에서 가장 구두를 잘 닦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래서 우리 다시 만나자. 알았지?
나는 네 차이를 마시러 온 사람들의 구두를 닦아 줄게."

티티는 빅키의 주머니 속에 손을 불쑥 넣어 무언가를 전해주었다.
고기잡이배에서 함께 도망쳤을 때 어느 강가에서 주운 돌이었다.
엄마랑 아기가 꼭 안고 있는 것만 같은 모양의 돌.
다음날 티티가 가게에 나오지 않은 걸 보고 빅키는 티티가 탈출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티티가 없다고 빅키의 일상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
자신은 이곳에 남기를 선택했으니.

언젠가 어른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차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이 곳의 여행자들처럼 사막에 가서 별도 보고 낙타도 탈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어린아이들을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주리라 빅키는 생각한다.
주머니 속 티티가 건네준 돌을 어루만지며,
눈물이 마르는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운 거리를 걸으며 누가 자신을 닦아주지 않아도 티티와 자신이 빛날 수 있는지 생각한다.


[감상평]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며 일을 하고 관광객들이 지내는 곳의 반짝거리고 빛나는 호텔을 보면 힘이 쭉 빠지는 빅키.
외국인 여행자들이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과 나이는 비슷해도 왠지 빛나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빅키는 그 아이들과 자신들이 무엇이 다른지 생각한다.
유니세프에서는 인구가 많은 인도는 14세 미만 노동자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불과 100년이 채 안 된 과거만 해도 아동노동이 있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빈곤과 아동노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인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에서 학교에 가지 못한 채 구걸이나 노동하는 많은 아이들을 보았다는 작가님.
그럴 때에 우리는 모두 같은 별에 살면서도 같은 순간에 빛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고 작가님은 이야기한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요즘은 학교에 가지 못한 채 고된 노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우리 지구별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행복한 건 아니다.
우리 아이와 그 아이들이 또 다를 것은 무엇인가.
똑같이 빛나는 눈망울을 가졌는데.

어떤 눈망울은 반짝이는 빛을 내지 못하고 눈물에 흐려진다.
우리가 그들을 빛나게 해줄 수 있을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공평한 시선으로 서로의 마음을 조금 닦아준다면 그렇게라도 '조금'이 모인다면 그들은 언젠가 다시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어른일까, 우리 아이는 또 어떤 어른이 될지 생각해 봤을 때 우리는 이런 약자들의 눈망울을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공평한 시선을 얻어 천천히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기를 소망해 본다.

모든 어린이들이 빛날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운명론자인 나는 이 책에 나의 운명론을 입히고 싶었다.
(아니 이건 입혀야 해!!)
어쩌면 올해 이 책을 만나려고 담다 출판사의 서포터즈에 된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너무 많은 문장들이 와닿았다.
이 책은 윤슬 작가님이 2023년 일 년 동안 블로그와 브런치에 소개된 글 중에서 일부를 다듬어 정리한 책이다.
작가님은 담담히 자신을 써 내려갔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다정한 위로와 이정표 하나를 건네받은 기분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공감의 교차지점이 많았다.
교차지점에서 이정표를 건네받은 나, 작가님의 말대로 이제 내 차례다.

[작가소개]
윤슬 작가님은 현재 도서출판 담다의 대표님이다.
생생한 소개를 위해서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소개를 발췌해왔다.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부모님께서 지어준 이름은 ‘김수영’이다. 울산에서 태어났고, 현재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학, 인문 도서를 중심으로 독서 모임, 북 클래스의 리더를 맡고 있다.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틈만 나면 읽고 쓰는 행위를 반복했다. 소소하게 즐거움을 선사하던 것이 어느 순간 일이 되었다. 일이 되었다고 해서 즐거움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까, 궁리하는 날이 많아졌다. 즐겨 하던 행위가 인생의 중심 테마가 되었으니 제법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 『글 쓰는 엄마』, 자서전 쓰기를 돕기 위한 『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가 있다. 자기 계발과 내적 성장을 위한 『마인드』,『시간 관리 시크릿』,『독서를 위한 독서』를 펴냈으며, 감사 일기를 쓸 수 있는 『자꾸, 감사』도 완성했다. 짧은 소설 모음집 『이해한다는 것』 이외에 에세이 『기록을 디자인하다』, 『의미 있는 일상』을 포함하여 16권 정도 출간했다.

<윤슬 작가님 브런치 소개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내가 만난 문장들]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는다고 금방 달라지는 것도 없던데...'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더듬어보면 비록 5분, 10분이라도 '하루만큼의 몫'을 해내는 데 큰 도움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 문제를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하지 않았고, 감정의 폭발을 이기지 못해 초래할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니 말입니다.

윤슬 작가님 본인의 경험으로 전해준 이야기들. 독서의 중요성. 짬짬이 독서라도 일상 속에서 나를 쌓아 올리는 시간이 '하루만큼의 몫'을 잘 해나가는 사람으로 서게 해준 다는 것.
깊이 공감하며 나도 일상에서 독서 시간은 앞으로도 꼭 지켜내고 싶었다.

<똑같은 일을 20년동안 하고 있습니다.>

이 파트는 작가님이 네이버 블로그를 만난 첫 순간이 담겨 있는 글이다.

2004년 대구로 이사를 가면서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곳에서 작가님은 혼자 잘 지내면 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컴퓨터로 여기저기 웹사이트를 기웃거리면서 블로그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네이버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으로 몇 줄 끄적거렸는데, 그게 블로그 글쓰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우연이라면 우연이고, 운명이라면 운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이후 작가님은 누군가의 글을 공유하기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소감을 남긴 적도 있으며, 일상 속 여러 가지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2년 정도 지난 후. 어느 출판사로부터 에세이 책 출간 제의를 받고 출간을 하고 본격적 글쟁이 삶에 뛰어들었다.
늘 삶이 투영된 글을 쓰고 싶은'글쟁이' 윤슬 작가님.
언젠가 블로그 생활이 30년이 되더라도 글을 통해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오갈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결심에 꾸준한 응원을 드리고 싶고, 나도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따라가보고 싶다는 작은 용기가 생겼다.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

작가님은 글을 쓴다는 것이 단순한 '쓰기'가 아니라도 한다.
" 저를 탐구하고, 제 생각과 감정을 탐구하고, 일상의 조각을 탐구하고, 인생이라는 퍼즐을 탐구하는 시간입니다. "
책은 이런 탐구 활동의 결과 보고서라는 작가님. 책을 앞으로도 꾸준히 완성해 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 이유.

그런 믿음과 신념으로 자신의 글쓰기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이 책은 글쓰기 세계의 초대장이다.

한꺼번에 좋아지지 않더라도, 힘든 것 어려운 것을 억지로 이어 나간다는 생각보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매일의 일상에서 글쓰기를 해보면 어떨까.

일상 글쓰기 용기가 나지 않으면, 이 책을 한번 먼저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이정표와 용기를 건네받은 우리는 무언가라도 어떤 것이라도 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그림책, 어떤 쉼 - 내 인생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2024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
김혜숙 외 지음 / 담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만든 사람들]


교육지침서도 아니면서 그림책을 소개하는 에세이라니 이 책을 어떤 사람이 썼을까, 책 제목을 보고 정말 궁금했다.
아이 키우는 엄마가 썼으려나, 아이들 글쓰기 지도하는 사람이 썼으려나, 혼자 오만 생각을 하다 책을 펼치니 그 답은 프롤로그에 친절히 나와 있었다.
이 책은 "진자교동" (진짜 자발적인 교사 동아리)이라는 5명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쓰신 책이다.

"진자교동"이 만들어진건 3년전 코로나 사태가 한창 일 때.
선생님들은 줌으로 매주 한번씩 만나며 그림책을 읽고 무조건 20분동안 자기 글을 쓰고 읽는 모임이었다.
이런 시간들이 켜켜히 쌓여 어느덧 함께 읽은 그림책은 100여권이 넘었으며 선생님들의 글도 읽은책의 다섯배만큼 쌓였다.
글쓰기로 치유의 시간과 희망을 보는 시간을 만났던 선생님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가족들과 직장동료들에게 그동안 만난 그림책들을 소개해주는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어떤 그림책은 숨쉬기 어려운 누군가에게 숨이 되어 주었고, 어떤 그림책은 마음의 허기를 채워 주는 한 끼 밥이 되기도 했다.
그림책이 휴 하고 한숨을 몰아쉬게 해주는 것을 보며 책 제목이 "어떤 그림책, 어떤 쉼" 으로 정해졌고 그간 정성스레 쓰여진글들이 모여 이 책이 완성되어 우리 곁에 올 수 있었다.



[책 소개]

이 책은 5개의 장으로 크게 구성되었다.

1장. 다시 나를 만나다

2장. 함께 가자, 먼 길

3장. 나는 내가 키운다

4장. 안녕하세요

5장. 사랑하니까 살아내는거야


각각의 주제에 맞게 또 세부적으로 위안과 희망을 주는 상황을 나누어 한편의 글과 그림책을 소개한다.
이 책을 보고 느낀건, 아이 키우면서 나도 나름 책육아를 자처했건만 아이에게 노출을 시킨 그림책은 이 책에 나온 목록에 절반도 안된다는 점.
내가 특정 출판사와 특정 주제에 대한 독서 편식이 심했던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와 무슨 동화책이냐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성인도 동화책에서 위안을 받는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어른들이라고 꼭, 글밥 빼곡한 인문교양서와 자기계발서만을 읽어야할까?
내가 지쳤을 때는 나에게 위안을 주는 모든것이라면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나온 알지 못한 책들을 더 읽어볼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
나와 같은 마음을 이 책을 누군가 접하길 바라며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과 선생님들의 글 일부를 소개해보겠다.



[마음을 담은 연주]
어떤 그림책, 어떤 쉼 p.70

마음을 다한다는 것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 된 책.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주인공 리지.
주인공의 아빠는 그런 리지를 보고 선생님을 붙여 더 훌륭히 연주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냈다.
하지만 리지는 피아노를 치는 시간이 점점 힘들어져서 싫증을 나고 결국엔 피아노를 그만두게 된다.
조용히 홀로 앉은 아빠의 머릿속엔 집안 가득 아름다운 선율을 채우던 어린 리지의 모습이 가득하다.
내지 그림을 넘기면 그에 따라 흘러가는 책 속 주인공의 인생의 장.

세월이 지나 병석에 누운 리지의 아빠.
리지는 다시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한다.
아빠를 위한 아들의 마음이 담긴 연주가 치유제가 돠어 아빠의 추억 여행을 돕는다.

이 책 소개를 보며, 아이의 재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부모로서도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돠었다. 재능이 있으면 실력을 더 연마하여 최고가 되게 하는 것이 맞지만 그것의 정도는 아이만이 알 수 있다.
학령기 아이들 부모에게 자주 지침이 되는 말중에 하나가 아이의 그릇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 소개를 보며, 쓰여진 서평을 보며 그 말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무엇이 되었던, 아이가 스스로 느끼는 즐거움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 부모의 욕심은 접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부서져 버린 날]
어떤 그림책, 어떤 쉼 p.99


내 안의 상처를 다독이고 싶어 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책.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을 달랠 방법을 찹아 가는 아이의 성장을 담은 그림책이라 한다.
주인공 칼벤은 어항 속 물고기들, 따뜻한 우유 한 잔, 매일 물을 주는 꽃들로도 부서진 마음을 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소라 껍데기로부터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곰곰히 생각한 칼벤은 보라색 제비꽃을 옆집 아주머니에게 선물했고, 아주머니의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부서진 마음이 회복된다.

이 책을 소개한 선생님의 서평글에서 마음이 부서졌을땐 고치는 방법을 생각해보라한다.

무엇이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지.

이 책 서평을 쓰신 선생님은 그럴때엔 모든일을 멈추고 뒷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맨발걷기를 한다고 한다. 또 한달에 한번씩 암 수술을 받은 대학병원의 아동 병동을 찾아가 아이들에기 그림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주인공 칼벤처럼.
내 마음이 너무 힘들때, 어디 숨어버리기 보다는 이렇게 세상을 마주하며 온기를 전해주는 일로서 사람은 치유된다는 사실.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 수 있었다.




[한숨 구멍]
어떤 그림책, 어떤 쉼 p.139


편안해지고 싶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책.
한숨 쉬는 주인공 송이. 송이는 한숨 구멍으로 '휴~'하면서 낯선 환경을 이겨 내느라 땀까지 흘리는 아이다.

" 한숨 구멍으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어요.
송이의 마음도 간질간질 기분이 조금 좋아졌어요."

우리 사회에서는 한숨이라는건 한심과 비슷하게 금기시 되는 것 같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런것 같다.
넌 왜 어린애가 한숨을 쉬니 라는 잔소리도 우리 어릴때 누구나 한번 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사람은 누구에게나 한숨 구멍이 있나보다.
나도 종종 속이 너무 답답하면 늘 한숨으로 그 답답함을 잠시나마 해소한다.
이 책의 서평글처럼 내 마음의 한숨 구멍을 적당히 열어두고 조금씩 조절해 '휴~' 내뱉으며 내 속을 다듬어 봐야겠다.
너무 많이 쉬면 나도 주변도 다같이 기운이 빠져버리니.
구멍이 너무 커지면 구멍을 메울 수 있는 특별한 방법도 생각해봐야겠다.



[마치며]

아이와 그림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학부모님들께는 필히 추천하고 싶다.
그림책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엄마인 나로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선생님들의 서평글을 읽으며 글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겨보면 직접 읽어보고 싶은 그림책,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이 생긴다.
힘들고 무겁고 지친 마음.
그 어디에도 내려 놓기 힘들다면 이 책이 건네주는 위로의 글과 책 속의 그림책들은 어떨까.
이 책속의 그림책들과 서평글들이 '휴~' 하고 한숨을 몰아쉬게 해주니 숨과 함께 잠시 쉼에서 누구라도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이 책을 만나 볼 수 있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