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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 - 150일 간의 세계여행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
박지윤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평점 :
이 책은 한 여성의 150일간의 세계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그녀의 여행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 특별하다.
누구나 떠나는 이유가 있지만
즐거움만을 바라고 떠난 여행은 아니어서 여행기를 읽는 내게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렇게 살기 싫다."
달리는 물체를 멈추는 데는 힘이 필요하고, 달리는 방향을 바꾸는 데는 더 큰 힘이 필요하다. 흔들릴지라도, 위험할지라도 나에게는 방향 전환이 절실했다.
수능을 잘 보지 못해서, 그 당시 담임선생님이 취업 걱정 없고 적성에도 잘 맞아 보이니 진학하라는 병원행정학과에 진학하여 저자는 병원에 취직을 한다.
이곳에서 월급이 주는 삶의 편안함에 안주하여 20대 풋내기지만 열심히 달려오던 그녀는 상사의 뾰족한 말에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한다.
상사의 휴가 계획을 들으며 저는 언제 갈 수 있어요? 한마디 물었더니
"휴가? 니가? 니까짓 게 무슨 휴간데?"
돌아온 대답.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지?'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지?'
자신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대학시절 순수한 소망을 써두었던 노트를 발견한다.
리스트 중에서 세계여행 글자를 한참 매만지다가 그날 저녁, 미얀마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돌아오는 티켓은 없이.
이후 떠날 날을 기다리며 월급의 절반 이상은 꼬박 저축하고 그녀는 부모님의 반대를 찬성으로 설득하고 난 뒤 미얀마로 2월에 떠났다. 700만 원과 미얀마행 편도 티켓만을 들고 나섰다.
이후 미얀마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인도 바라나시, 인도 자이살메르, 튀르키예,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나미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거친 150일간의 길고 꽉 찬 여행을 해나간다.
각각의 나라에서 보고 느낀 것을 진심을 다해 적어 내려간 글.
여행을 떠난 동기도 새삼 특별하더니 각각의 여행지에서 그녀가 마주한 것과 그 안의 깨달음도 더욱 특별하다.
그녀의 여행기 중 몇 군데의 일화만 소개해 보겠다.
[안나푸르나를 위한 여정]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네팔에 도착하자마자, 카드로 비자 비용을 지불하려던 그녀가 마주한 문구. 'only cash'.
한국인이라도 눈에 띄면 염치불구하고 돈을 빌려보려던 그녀는 외국인만 가득한 공항에서 난처해한다. 하지만 내내 그렇게 손놓고 있을 순 없어서 앞에 있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달러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여기 나가서 atm에서 바로 출금해 드릴게요."
"그렇군요. 여기 15달러요. 이건 당신을 위한 선물이에요."
"네? 아니요, 아니에요. 여기서 나가자마자 드릴게요!"
"enjoy your trip."
낯선 외국인이 그렇게 그녀에게 남기고 간 지폐와 한마디.
따듯한 온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이름도 국적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순수한 마음이 히말라야를 닮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신이 그녀에게 안나푸르나를 선물하려고 심어놓은 천사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트래킹을 시작하는 날 아침에 가이드를 만나 짐을 조금 맡기고 나머지는 본인이 다 짊어졌다고 한다.
가이드는 짐의 무게가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라고 이야기했다.
포기하지 못한 것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의 무게를 더 견디면 되는 인생의 진리를 고스란히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가이드의 재촉과 격려에 트래킹을 해나갔다.
그녀는 7일간의 강행군 끝에 안나푸르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안나푸르나의 비현실적인 장관 앞에서 느낀 감동. 어지러운 소음이 없는 곳에서 느껴본 완벽함.
이곳에서 그녀는 상념을 놓아버릴 수 있었다.
앞으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앞으로 나아갈 평생의 자신감을 얻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성공했는데
뭔들 못 할까!"
자기를 묶어두던 "내가 무슨."이라는 무의식이 깨진 순간이었다.
[우리는 다 같은 신의 자식이야]
그녀가 탄자니아에 머무르던 때의 일이다.
킬리만자로 등반은 비용 때문에 포기했어도 멀찍이서 눈에라도 담고 싶어 '모시'라는 작은 동네에서 생긴 일이다.
후기를 살피고 숙소 예약을 해서 택시비를 알고 있었던 그녀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현지 택시 기사들에게 조롱을 당하고 있었다.
"그 가격에 태워 줄 택시 기사 못 찾을걸?"
그녀가 외국인이라고 비싼 가격 부르지 말라고 살짝 언성 높이던 찰나,
"꼭 그렇게 할 필요 없잖아?" 말하며 다가온 한 남자.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저자의 편을 들어주러 온 것이다.
탄자니아어로 택시 기사들과 그 남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괜히 싸우게 만들어 일이 커질까 봐 무섭기도 해사 그녀는 그냥 택시 기사들이 부르는 대로 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도와줘서 고맙다고 남자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다 같은 신의 자식이야. 외국인 구분하지 않고 같은 인간이니까 도와주는 거야."
김해공항을 떠난 이후로 늘 외국인이고 이방인으로서 지내던 그녀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진심이 담긴 남자의 한마디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생김새가 다른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들과 자기를 항상 구분하던 선을 긋고, 자신 또한 이질감 가득한 눈빛으로 그곳 사람들을 대했던 것.
하지만 선을 지워버리고 나면 결국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같은 인간이고 다 같은 신의 자식임을,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인간"일뿐임을 깨닫는다.
[여행 그 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5개월 동안 영어로 말하며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자신을 생각한다.
그렇게 영어학원 강사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나가던 중 4년째가 되었을 때 건강 문제로 또 한 번 고비를 맞는다.
그 사이에 자신의 30대를 마주하고 몸도 마음도 휴식이 필요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떠난다.
그러던 중 공저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책 쓰기 버킷리스트를 기억해 낸다.
프로젝트를 신청해 글쓰기 수업도 참여하고 글쓰기 매력에 빠져있던 중 동기를 통해 책 써볼 생각 없냐는 제안을 받는다.
그 후 에세이 작가팀 모집 공고문을 보고 초고 쓰기에 집중하며 2017년 여행을 떠나던 때의 자기 자신과 다시 마주한다.
"니 까짓 게 무슨 휴간데."라는 말에 펼쳤던 오래된 일기장으로부터 변해나간 자기 자신을 돌아본 그녀는 말한다.
"설렘과 불안함이 뒤섞인 채로 수많은 점을 찍으며 30대에 도달했다.
뒤를 돌아보니 수많은 점이 이어져 하나의 길을 만들어 냈고, 그 결과물이 썩 마음에 든다."
성큼 다가온 새로운 10년을 채우기 위해 노트를 펼쳐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추가한 그녀.
누리고 싶은 행복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
다시, 희망은 품고 두려움은 껴안아 보려고 한다.라고 우리에게 책으로 자신을 보여주고 용기를 주는 그녀.
여행을 통해 진짜 "나"를 되찾은 그녀에게
새로운 계획과 그 결심에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하는 것들이 작은 점일지라도, 점이 모여 인생의 길이 되고 내가 된다는 것.
나도 이 책을 통해 다시 용기를 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