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 수 있을까
이지은 지음, 박은미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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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누가 우리를 닦아 주지 않아도 우리가 빛날 수 있을까."


황금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인도 자이살메르에 살고 있는 여덟 살 소년 빅키.
주머니 속에 든 돌을 어루만지며 맨발로 뜨거운 거리를 걷는 소년은 생각한다.
자신이 빛날 수 있는지를.

빅키는 삼촌이라 부르는 사람과 산다.
이 삼촌은 빅키의 진짜 삼촌이 아니다.
그는 거리를 헤매다 만난 삼촌이다.
빅키의 부모는 빚 때문에 빅키를 고기잡이에게 팔았다.

고기잡이배의 일은 어린 빅키에게 고됐다.
하루 열다섯 시간의 일은 기본, 자신의 몸의 수십 배가 넘는 커다랗고 무거운 그물을 강물 속으로 던져야 했는데 그물이 엉키기라도 하면 사장은 화를 내며 아이들을 물에 던져 넣었다.
그물에 엉켜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 친구들, 흙탕물에 눈이 먼 친구들.
처음에는 스무 명의 아이들과 일을 시작했지만 나중엔 여덟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이곳에서 빅키와 그의 친구 티티는 몰래 도망쳤다.

몰래 도망쳐 도착한 자이살메르 거리를 걷다가 만난 삼촌. 삼촌은 차이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한다.
빅키를 데려와 상처에 연고도 발라주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삼촌은 말한다.

"나랑 살면 이거 매일 먹을 수 있고, 달콤한 차이도 하루에 세 번이나 마실 수 있어."

빅키는 삼촌과 살기로 결심한다.

"그 대신 공짜로 널 먹이고 재워 줄 수는 없어."

다시 동네로 돌아가면 나쁜 사장이 빅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에, 고기잡이 일보다 이 일이 낫다고 체념하며 빅키는 차이를 만드는 일을 하며 그와 살기로 결심한다.

빅키와 같이 도망친 티티.
이 친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일하는 티티.
음식 서빙부터 설거지, 가게 청소 등 온갖 궂은일을 작은 손으로 해나간다.
티티는 어느 날 빅키에게 자신은 다시 여기를 떠날 것임을 말한다.

"다시 지옥으로 돌아온 것 같아. 맞는 게 너무 끔찍해. 돈도 안 주고. 난 얼른 돈을 모아서 학교에 다니고 싶단 말이야."

아무도 자신을 때리지 않는 곳으로 가겠다는 티티.

그는 혼자 일을 하며 지낼 것을 생각하며 델리로 도망쳐 그곳에서 구두닦이를 할 계획을 이야기한다.
자이살메르에서 델리는 열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인데 티티가 혼자 그곳에 가겠다니 빅키는 걱정되었다.

"아무도 구두를 닦지 않겠다고 하면 어떡해?"

"그럼 구두에 몰래 소똥을 떨어뜨리고 앗! 신발이 더러워졌네요! 하면서 닦아 주면 돼."

담담히 말하는 티티에게 빅키는 자신은 여기서 차이 만드는 일을 계속 배운다며 여기 남을 것임을 말했다.
잠깐의 시간도 둘 사이엔 허락되지 않는다.
티티가 일하는 가게 사장은 티티를 찾아내 고함친다.

"티티! 일 안 하고 뭐 하는 거지? 맞을 줄 알아!"

티티는 다시 가게로 걸음을 재촉하며 빠른 속도로 말했다.

"빅키. 너는 인도에서 가장 맛있는 차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거야.
나는 세상에서 가장 구두를 잘 닦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래서 우리 다시 만나자. 알았지?
나는 네 차이를 마시러 온 사람들의 구두를 닦아 줄게."

티티는 빅키의 주머니 속에 손을 불쑥 넣어 무언가를 전해주었다.
고기잡이배에서 함께 도망쳤을 때 어느 강가에서 주운 돌이었다.
엄마랑 아기가 꼭 안고 있는 것만 같은 모양의 돌.
다음날 티티가 가게에 나오지 않은 걸 보고 빅키는 티티가 탈출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티티가 없다고 빅키의 일상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
자신은 이곳에 남기를 선택했으니.

언젠가 어른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차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이 곳의 여행자들처럼 사막에 가서 별도 보고 낙타도 탈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어린아이들을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주리라 빅키는 생각한다.
주머니 속 티티가 건네준 돌을 어루만지며,
눈물이 마르는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운 거리를 걸으며 누가 자신을 닦아주지 않아도 티티와 자신이 빛날 수 있는지 생각한다.


[감상평]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며 일을 하고 관광객들이 지내는 곳의 반짝거리고 빛나는 호텔을 보면 힘이 쭉 빠지는 빅키.
외국인 여행자들이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과 나이는 비슷해도 왠지 빛나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빅키는 그 아이들과 자신들이 무엇이 다른지 생각한다.
유니세프에서는 인구가 많은 인도는 14세 미만 노동자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불과 100년이 채 안 된 과거만 해도 아동노동이 있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빈곤과 아동노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인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에서 학교에 가지 못한 채 구걸이나 노동하는 많은 아이들을 보았다는 작가님.
그럴 때에 우리는 모두 같은 별에 살면서도 같은 순간에 빛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고 작가님은 이야기한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요즘은 학교에 가지 못한 채 고된 노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우리 지구별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행복한 건 아니다.
우리 아이와 그 아이들이 또 다를 것은 무엇인가.
똑같이 빛나는 눈망울을 가졌는데.

어떤 눈망울은 반짝이는 빛을 내지 못하고 눈물에 흐려진다.
우리가 그들을 빛나게 해줄 수 있을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공평한 시선으로 서로의 마음을 조금 닦아준다면 그렇게라도 '조금'이 모인다면 그들은 언젠가 다시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어른일까, 우리 아이는 또 어떤 어른이 될지 생각해 봤을 때 우리는 이런 약자들의 눈망울을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공평한 시선을 얻어 천천히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기를 소망해 본다.

모든 어린이들이 빛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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