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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책, 어떤 쉼 - 내 인생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2024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
김혜숙 외 지음 / 담다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을 만든 사람들]
교육지침서도 아니면서 그림책을 소개하는 에세이라니 이 책을 어떤 사람이 썼을까, 책 제목을 보고 정말 궁금했다.
아이 키우는 엄마가 썼으려나, 아이들 글쓰기 지도하는 사람이 썼으려나, 혼자 오만 생각을 하다 책을 펼치니 그 답은 프롤로그에 친절히 나와 있었다.
이 책은 "진자교동" (진짜 자발적인 교사 동아리)이라는 5명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쓰신 책이다.
"진자교동"이 만들어진건 3년전 코로나 사태가 한창 일 때.
선생님들은 줌으로 매주 한번씩 만나며 그림책을 읽고 무조건 20분동안 자기 글을 쓰고 읽는 모임이었다.
이런 시간들이 켜켜히 쌓여 어느덧 함께 읽은 그림책은 100여권이 넘었으며 선생님들의 글도 읽은책의 다섯배만큼 쌓였다.
글쓰기로 치유의 시간과 희망을 보는 시간을 만났던 선생님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가족들과 직장동료들에게 그동안 만난 그림책들을 소개해주는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어떤 그림책은 숨쉬기 어려운 누군가에게 숨이 되어 주었고, 어떤 그림책은 마음의 허기를 채워 주는 한 끼 밥이 되기도 했다.
그림책이 휴 하고 한숨을 몰아쉬게 해주는 것을 보며 책 제목이 "어떤 그림책, 어떤 쉼" 으로 정해졌고 그간 정성스레 쓰여진글들이 모여 이 책이 완성되어 우리 곁에 올 수 있었다.
[책 소개]
이 책은 5개의 장으로 크게 구성되었다.
1장. 다시 나를 만나다
2장. 함께 가자, 먼 길
3장. 나는 내가 키운다
4장. 안녕하세요
5장. 사랑하니까 살아내는거야
각각의 주제에 맞게 또 세부적으로 위안과 희망을 주는 상황을 나누어 한편의 글과 그림책을 소개한다.
이 책을 보고 느낀건, 아이 키우면서 나도 나름 책육아를 자처했건만 아이에게 노출을 시킨 그림책은 이 책에 나온 목록에 절반도 안된다는 점.
내가 특정 출판사와 특정 주제에 대한 독서 편식이 심했던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와 무슨 동화책이냐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성인도 동화책에서 위안을 받는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어른들이라고 꼭, 글밥 빼곡한 인문교양서와 자기계발서만을 읽어야할까?
내가 지쳤을 때는 나에게 위안을 주는 모든것이라면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나온 알지 못한 책들을 더 읽어볼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
나와 같은 마음을 이 책을 누군가 접하길 바라며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과 선생님들의 글 일부를 소개해보겠다.
[마음을 담은 연주]
어떤 그림책, 어떤 쉼 p.70
마음을 다한다는 것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 된 책.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주인공 리지.
주인공의 아빠는 그런 리지를 보고 선생님을 붙여 더 훌륭히 연주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냈다.
하지만 리지는 피아노를 치는 시간이 점점 힘들어져서 싫증을 나고 결국엔 피아노를 그만두게 된다.
조용히 홀로 앉은 아빠의 머릿속엔 집안 가득 아름다운 선율을 채우던 어린 리지의 모습이 가득하다.
내지 그림을 넘기면 그에 따라 흘러가는 책 속 주인공의 인생의 장.
세월이 지나 병석에 누운 리지의 아빠.
리지는 다시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한다.
아빠를 위한 아들의 마음이 담긴 연주가 치유제가 돠어 아빠의 추억 여행을 돕는다.
이 책 소개를 보며, 아이의 재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부모로서도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돠었다. 재능이 있으면 실력을 더 연마하여 최고가 되게 하는 것이 맞지만 그것의 정도는 아이만이 알 수 있다.
학령기 아이들 부모에게 자주 지침이 되는 말중에 하나가 아이의 그릇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 소개를 보며, 쓰여진 서평을 보며 그 말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무엇이 되었던, 아이가 스스로 느끼는 즐거움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 부모의 욕심은 접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부서져 버린 날]
어떤 그림책, 어떤 쉼 p.99
내 안의 상처를 다독이고 싶어 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책.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을 달랠 방법을 찹아 가는 아이의 성장을 담은 그림책이라 한다.
주인공 칼벤은 어항 속 물고기들, 따뜻한 우유 한 잔, 매일 물을 주는 꽃들로도 부서진 마음을 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소라 껍데기로부터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곰곰히 생각한 칼벤은 보라색 제비꽃을 옆집 아주머니에게 선물했고, 아주머니의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부서진 마음이 회복된다.
이 책을 소개한 선생님의 서평글에서 마음이 부서졌을땐 고치는 방법을 생각해보라한다.
무엇이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지.
이 책 서평을 쓰신 선생님은 그럴때엔 모든일을 멈추고 뒷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맨발걷기를 한다고 한다. 또 한달에 한번씩 암 수술을 받은 대학병원의 아동 병동을 찾아가 아이들에기 그림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주인공 칼벤처럼.
내 마음이 너무 힘들때, 어디 숨어버리기 보다는 이렇게 세상을 마주하며 온기를 전해주는 일로서 사람은 치유된다는 사실.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 수 있었다.
[한숨 구멍]
어떤 그림책, 어떤 쉼 p.139
편안해지고 싶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책.
한숨 쉬는 주인공 송이. 송이는 한숨 구멍으로 '휴~'하면서 낯선 환경을 이겨 내느라 땀까지 흘리는 아이다.
" 한숨 구멍으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어요.
송이의 마음도 간질간질 기분이 조금 좋아졌어요."
우리 사회에서는 한숨이라는건 한심과 비슷하게 금기시 되는 것 같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런것 같다.
넌 왜 어린애가 한숨을 쉬니 라는 잔소리도 우리 어릴때 누구나 한번 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사람은 누구에게나 한숨 구멍이 있나보다.
나도 종종 속이 너무 답답하면 늘 한숨으로 그 답답함을 잠시나마 해소한다.
이 책의 서평글처럼 내 마음의 한숨 구멍을 적당히 열어두고 조금씩 조절해 '휴~' 내뱉으며 내 속을 다듬어 봐야겠다.
너무 많이 쉬면 나도 주변도 다같이 기운이 빠져버리니.
구멍이 너무 커지면 구멍을 메울 수 있는 특별한 방법도 생각해봐야겠다.
[마치며]
아이와 그림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학부모님들께는 필히 추천하고 싶다.
그림책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엄마인 나로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선생님들의 서평글을 읽으며 글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겨보면 직접 읽어보고 싶은 그림책,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이 생긴다.
힘들고 무겁고 지친 마음.
그 어디에도 내려 놓기 힘들다면 이 책이 건네주는 위로의 글과 책 속의 그림책들은 어떨까.
이 책속의 그림책들과 서평글들이 '휴~' 하고 한숨을 몰아쉬게 해주니 숨과 함께 잠시 쉼에서 누구라도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이 책을 만나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