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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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가 지인에게 백만 원을 사기당해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였다. 왜 젊은 나이에 고작 백만 원 때문에 죽느냐며 안타까워하는 댓글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니야. 고작 백만 원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고. 그는 이미 낭떠러지에 서 있었고 그 일은 마지막 한 발을 떠민 것뿐이라고.

p198

 

 

 


만 18세, 세상으로 나가는 시기

 

그룹홈, 공동생활 가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그곳의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담은 생활이 책을 통해 전해집니다.


만 18세, 그들에게 있어 이 시기는 세상 밖으로 나가 스스로의 삶을 지탱해 나가야 하는 때입니다.


만 18세의 나는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아무런 도움 없이 살집을 구하고, 먹고 살 일을 구하며, 삶을 살아내는 것이 그 나이에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렇듯, 일정 시기가 된 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나는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적응했다. 하지만 만 18세가 되자 시설에서 나가야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나는 떠밀리듯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통장에 찍힌 오백만 원의 자립 지원금과 함께 그룹홈에서 만들어진 생활 패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무로 돌아갔다.

p13

 

 

 



 

여전히 묶여있는 관계 속 고통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민서, 해서, 솔은 어린 시절 그룹홈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보호자의 여러 가지 사정과 선택에 의해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놓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과거 부모와의 관계 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 끈은 무섭도록 질기고 가혹하기도 합니다.



나는 아직도 컨테이너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6살 아이로 돌아갈 때가 있었다. 기다림이란 두려운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도망갔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에게 부모란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존재였다. (...) 오랜 기다림 끝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 아이는 불행했을까. 모르겠다.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을 불행이라는 두 글자에 담기엔 그 그릇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p179

 

나는 그 사람을 분리해 낼 수가 없다. 물리적 분리는 이루어진 지 오래였으나 그것마저도 내가 한 일은 아니었다. 그 사람이 나를 놓아버린 것처럼 나는 그 사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거게 있다.

p10

 

 

 

 



그들에게 정상가족이란?

 

항상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꿨던 해서 언니는 이번에는 정말 그 꿈을 이룰 거라는 포부와 함께 뱃속 아기에게 '완벽'이라는 태명을 붙입니다.


그런 해서 언니가 민서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서 언니는 연락이 끊깁니다. 기다림이라는 트라우마가 발현된 민서는 우연히  언니와 연락이 닿게 됩니다.


마냥 괜찮아 보이던 솔 언니의 따뜻함에 녹아갈 때쯤 다시 연락된 해서 언니, 솔 언니, 민서 이렇게 모든 게 안정화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불행은 그리 쉽게 끝이 나지 않습니다.


정상가족의 형태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게 됩니다. 해서, 솔, 민서가 만들 수 있는 정상가족은 무엇일까? 정상가족의 기준은 누가 정할 수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이상하게도 두렵다는 이유로 솔 언니와 해서 언니를 끊어 내는 게 아빠 같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부질없더라도, 다시 상처받더라도, 결국 실패하더라도 나는 믿어보기로 했다. 솔 언니는 아빠와 다르다. 아빠는 죽었고 솔 언니는 살았다. 배신의 순간에서 솔 언니는 마음을 바꾸고 돌아왔다.

p197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면서도 완벽이를 마주하는 일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두려운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세상에 나오는 걸 너무 겁내서 미안해.

p21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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