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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평점 :
불안과 우울의 시대를 지나는 2030에게 삶에 대한 애착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힘내라고 이겨내라고 맞서라고 하는 이야기보다 이시대의 아픔에 연대할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불안과 우울과 고독의 시대라는 작가의 표현에서 아픔을 느낍니다. 씁쓸하면서도 반박할 수 없고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겪어보지 않은 아픔에 대해서 리뷰라는 이름으로 다뤄도 될까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 마음이 교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가스라이팅, 직장내괴롭힘, 일상사별자가 된 동생까지... 많은 아픔을 해석하고 해독하는 과정속에서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의 삶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2030시대에 저 역시도 참 많은 아픔을 거칠게도 겪어냈었다는 생각에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는 너무 오랫동안 그 시기를 거치고 벗어나지 못한채 꽤 오래 힘들었는데, 그래도 저자분은 훨씬 빠르게 삶에 애착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해봅니다.
가족이라는 사슬은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홀로설 수 있는 시기가와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삶을 살아내는 과정이 안 힘든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하지만, 그 과정이 정말 힘든 사람들도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공감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배부른소리 하지말라는 말, 고생을 안해서 그렇다는 말, 강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도 잘 알기에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저자의 아픔의 출발선상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인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출발선은 여기가 아닐까합니다. 어른으로의 쓸모를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테두리와 가정속에서의 압박감은 실제 그 환경에서 자라보지 못한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힘들다고 지쳤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엄마'라는 존재가 있다는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말입니다.
자살자 주변의 남겨진 이들의 마음과 생각에 대해서, 그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낼 애착을 가져가는 과정에 대해서 이해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자살이라는 선택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쓸모없는 사람이야. 나는 1인분을 다하지 못하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어른이야'라고 자책하는 순간이면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쓸모없는 사람은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해?"
그러면 죄책감이 느리게 덜어졌다. 지금은 쉬는 거고, 나중에는 내 몫을 할 거라며 일시적으로 죄책감을 더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쓸모없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못해도 쓸모없지 않아"라고 읊조렸다.
p71

만일 당신이 진지하게 자살을 행동으로 임할 것 같다면 꼭 전문가를 찾아 "자살 생각이 있어요"라고 직접 말하며 왜 생의 끝을 택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읊었으면 좋겠다. 모든 결과에 이유가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마땅한 이유가 부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을 자꾸 떠올리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으로 천천히 접근하다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온다.
무엇보다 동생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였다. 너에게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 좌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죽음뿐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거야.
너를 괴롭히는 가족이라면 멀어져도 돼. 취업에 번번히 실패해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면 창업을 하면 되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면 적은 돈으로 생활하는 방법을 택한 뒤 미래를 기대하는 방식을 접지 않으면 돼. 이것도 생각의 틀이 협소한 내가 하는 말이니 모두 무시해 버려. 다만 네가 해야 할 일은 꿋꿋하게 살아서 감춰진 너만의 선택지를 발견해 고르는 일이라고.
p177~178
리뷰를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읽으면서도 고민하고, 읽고나서도 고민하고 그렇지만 이 시대의 아픔을 겪어내는 중인 이들에게는 힘내라는 말 한마디보다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내가 자살자가 된다는 것은, 나를 괴롭힌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사랑했던 이들에게 아픔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내내 하게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