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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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색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대, 문화, 언어, 과학 등 일상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색채에 담긴 교양과 상식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손이 가는대로 읽어보며 흥미를 더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미국 대통령 관저는 왜 하얀색의 백악관이 되었을까?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색은 뭘까?

하얀색 웨딩드레스는 누가 처음 입었을까?

이발소 회전간판은 언제부터 빨강, 파랑, 흰색이었을까?

우수한 사람에게 왜 파란 리본을 수여할까?

 

이 책의 목차를 통해서 보면 색에 대한 참 다양함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어떤 시각효과라고만 생각했던 색에서 시대, 문화, 생각, 예방, 권력, 세대, 자연 등 참 많은 면을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양한 문화나 상식 그리고 색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을 듯 합니다.

 

1500년대 이전의 이발소는 이발과 면도 외에도 많은 편익을 제공하는 곳이었습니다. 머리에서 이를 잡아주고, 치아도 뽑아주고, 피 뽑기 같은 간단한 외과적 시술을 행했습니다. 피를 뽑으면 몸 속 체액의 균형이 바로잡혀 병이 치료된다고 믿어 이를 이발소에서 행했던 것입니다. 이발소 회전간판은 이 모든 과정을 담은 상징물입니다.

 

먼저 회전간판 기둥 맨 위에 붙어 있는 놋쇠공은 환자의 피를 모아두는 놋쇠양동이를 의미합니다. 기둥은 이발사가 혈관을 잘 찾을 수 있도록 환자가 꼭 붙잡던 막대기입니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줄무늬는 사혈 과정에서 사용된 붕대를 뜻합니다. 하얀색은 깨끗한 붕대를, 빨간색은 수술 후 피로 물든 붕대를 나타냅니다.

 

수술이 끝난 후 이발사는 붕대를 빨아 기둥위에 걸어두고 건조시켰는데 바람이 불면 깨끗한 붕대와 피 묻은 붕대가 서로 꼬이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그대로 담아 회전간판의 빨간색과 하얀색이 나선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북미식 간판에는 파란색이 섞여있습니다. 이는 두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환자의 푸르스름한 정맥을 상징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조기 색깔의 영향을 받아 파란색이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1세때 영국에는 '씨독'이라는 함대가 있었습니다. 씨독의 임무는 막강한 스페인 함대를 무력화시키고 값나가는 화물을 빼앗아 오는 것이었습니다. 즉, 씨독은 여왕이 직접 임명한 해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여왕은 성능좋은 함선을 지원했고,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게 음식을 제공했으며 결정적으로 대원에게 포상금을 나눠주기로 약속까지 했습니다.

 

그 당시 연지벌레는 강렬한 붉은색을 만들어내는 재료로 세계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색감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러니 선내에 말라비틀어진 연지벌레 사체를 발견했다는 것은 금괴를 발견한것과 다름없었습니다. 공해상에서 벌어진 대규모 약탈 중 하나는 연지벌레 27톤을 싣고 가던 스페인 함선 3척을 씨독이 나포한 사건입니다.

 

연지벌레로부터 추출한 코치닐 색소의 우수한 착색력은 르네상스 동안 붉은색의 명성을 한층 더 높였습니다.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만이 이 매혹적인 염료를 살 수 있었기에 선명한 빨간색 옷은 높은 귀족이나 왕족 계층, 성직자가 주로 입었습니다.

 

1860년대 합성염료가 개발되면서 연지벌레를 이용한 염료생산은 줄었지만, 각종 식품, 음료, 화장품, 제약, 페인트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오늘날까지 많이 사용되고 있는 편입니다. 어떤 제품 성분에 '카민, 카민산, 식용색소 적색 제40호'가 표기되어 있다면 코치닐 색소가 함유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하얀색 웨딩드레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때는 1840년입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사촌 알버트 대공과 결혼식을 올린 해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은 결혼식에 오렌지꽃 장식과 레이스가 달린 하얀색 공단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바닥에 끌리는 5.5미터의 긴 드레스 자락은 물론, 결혼식날 착용한 신발도 흰색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왕의 모습에 열광했고, 오래지 않아 전 세계에 하얀 웨딩드레스 열풍이 불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이전 신부들은 결혼할 때 자신이 소유한 드레스 중 가장 좋은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재력을 과시하고 스타일은 강조했어도 색상을 부각시키진 않았습니다. 심지어 검은색 드레스를 입기도 했습니다. 얼룩을 감출 수 있고 때가 타지 않아 다양한 상황에 맞춰 다시 입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800년대 후반까지는 직물을 표백하는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워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순백의 하얀 드레스는 일종의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흰색 웨딩드레스는 아이보리나 크림색에 좀 더 가까웠습니다.

 

결혼예복인 웨딩드레스의 색으로 하얀색이 선호되지만 전통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웨딩드레스로 빨간색이 인기가 많습니다. 모로코에서는 노란 웨딩드레스, 이탈리아에서는 초록색 웨딩드레스, 에리트레아에서는 보라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공중화장실에 푸른 형광등을 설치합니다. 밝은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함이 아니라 푸른 조명을 달면 정맥이 잘 보이지 않아 주사기를 이용해 마약투여가 어려워지고 백색 가루조차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주법원은 푸른 조명이 생각만큼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많은 약물 사용자들이 푸른빛이 가득한 화장실을 들어가기전에 미리 정맥표시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장치라도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을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달아나는 범죄를 법이 쫓아가는 형국이 자꾸만 만들어지는 이유인가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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