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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룡학원 ㅣ 나무픽션 2
채록희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1년 1월
평점 :
처음에는 학원물판타지소설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읽어나갈수록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에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모두가 지금 이 상황이 잘 못 되었다는걸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우리들에게 약간의 경고를 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상상력을 뛰어넘어 사회문제, 환경문제, 교육문제, 가정문제까지 전부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중2라는 점에서 요즘시대의 아이들의 모습들이 그대로 반영되는 느낌에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웃음과 재미와 신기함속에 자꾸만 와닿는 가슴 속 깊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가정문제, 학교문제, 사회문제들로 인해서 자꾸만 안타까운 시기에 몸을 던져버린 아이들 그리고 그 삶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른들의 주입된 이론속에 갇혀버린 아이들도 있고 사악한 마음이 파고드는 줄도 모르고 자꾸만 엇갈린 길을 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운명은 과연 어디를 향해갈지.


정말 처음에는 좀 허황된 이야기로 와 닿았지만, 읽어나갈수록 정말 이런학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시대에 이 흐름을 멈추어 줄 수 있는 이런 특별한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의 시작은 참 흥미롭습니다. 옛날 모든것에 있던 날개가 이제는 보이지 않게되어버린 그리고 날개의 힘을 잃음으로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게 된 산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첫장에 짤막하게 들어가 있는 글
이걸로 또 유시진작가의 온이라는 작품이 궁금해서 찾다보니 절판이라는 점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아마 이글은 꼭 울지않는 큰산들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해하고 알기에 울지않는 큰 산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기에 담담할 수 있는 큰 산들의 이야기.
이 책을 보면 혼줄, 쌈룡, 구르카, 오라, 카르마 등등 다양한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신비하고 호기심이 자극되는 단어들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모든게 책 속의 이야기들이 아니라 천기누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고터와 아미에게 보이기 시작한 불쌍한 강아지들의 영가들의 장면에서 엄마 라다가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말 한 음절 한 음절에는 엄청난 힘이 들어 있어. 뭔가를 끌어당기는 아주아주 강력한 힘. 그래서 주문이란 말도 있고 저주란 말도 있는 거란다.
...
그러니까 인간들은 말 하나하나가 입 밖으로 진짜 잘 나와야 하는 거란다.
P172
스승님, 말 못 하는 짐승에게 함부로 대한 자들은 어떻게 됩니까?
자신이 저지른 그대로 돌려받는다. 죽는 즉시 카르마의 집행자들에게 끌려가 그 혼과 육신이 찢어 발겨진다.
인간의 영혼은 대개 사흘간 자신의 육체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 그러니 형벌을 받는 순간 고통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지. 뭇 생명의 목적은 우주의 먼지에서 태어나 우주의 주인으로 전진하는 것이거늘 그 몸을 이루던 먼지와 살들 또한 지독한 고통에 세세생생 몸부림치게 된다.
p178
우리가 살면서 업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악하게 행동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중에 저 업보를 다 어떻게 하려고' 하시면서 혀를 차는 어른들의 이야기말입니다. 그 업보를 행하게 되는 시점이 바로 저 때인가 싶기도 합니다. 혼과 육신이 찢어 발겨지는 시간.
우린 이미 유전이란 칩, 강제로 주입되는 교육이란 칩, 그런 칩들이 무수히 여기저기 박혀 있는 것도 모르고 하루하루 대충대충 살아가고 있어. 소문, 욕망, 번뇌, 광기, 거짓말... 우리 무의식까지 깊이 박힌 그런 칩들. 이게 정말 무서운 거야. 그러니까 외계인이 우주선 타고 내려와 따로 칩을 심을 일도, 그에 맞서 싸울 일도 애초에 없는 거지. 우린 지금도 서로가 서로의 뇌 속에 쉼 없이 침투해 기억의 이름으로 서로를 괴롭히고, 사랑의 이름으로 서로를 물어뜯고 있잖아?
P116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 때마다 단순히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고 현실이 느껴집니다. 점점 모든게 막다른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세상말입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멈출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3층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짐작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모든게 멍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젤 먼저 들었습니다.
가엾다. 그리고 슬프다. 아, 어서 내게 완전한 날개가 달렸으면 좋겠다. 진짜 날개든 엄마 말대로 언어의 날개든. 내가 진짜로 쓸모 있고 아름답고 강한 아이면 참 좋겠다. 모두의 심장에 깊숙이 박힌 죽음의 칩들, 모조리 달려가 뽑아내 주고 싶다. 그게 언제쯤이나 가능하게 될까.
P234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