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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일기 - 우리시대 문장가 안정효가 안내하는 성장과 성숙을 위한 사색의 문장들
안정효 지음 / 지노 / 2021년 1월
평점 :
이런책을 만나면 참 좋습니다. 내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좋은 책들의 문장과 작가분의 생각을 한꺼번에 접하면서 내 인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나만 겪는 것이 아니라 오랜세월 많은 사람들도 또한 작가들도 겪어온것이 우리 인생살이에 대한 문제이기에 공감하면서 내 인생살이를 논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는 일기'라는 제목처럼 편안하게 읽어내려 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작가분이 이야기합니다.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 손이가는대로 읽어도 좋다고 그만큼 어려운 글이 가득 한 것도 아니고 딱딱한 문장으로만 가득 채워진 책도 아닙니다. 다만 현인들의 문장이 낯설어서 난해할 수 있으나 작가분의 이야기를 연달아서 읽으면 문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5장
기대치의 널뛰기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 부모의 학업 간섭이 갑자기 중단된다. 부모가 자식의 숙제를 검사할 만큼 이제는 대학생의 전공 분야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 3 뒤치다꺼리에 기진맥진한 부모는 아들딸을 대학에 들여보내 놓기만 하면 할 일이 다 끝났다며 손을 놓는다. 자식 또한 대학에 들어가면 목적 달성에 성공했다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한다. 무엇이 끝나기 전에 다음 시작을 준비하지 않는 습성은 인생을 토막토막 잘라서 한 번에 조금씩만 살려는 소극적인 시각에서 기인한다.




책의 맨 윗부분은 현인들의 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작가분의 말이 이어집니다. 옛 현인들의 말이 낯설어서 어색함에 뜻을 알듯말듯한 문장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작가분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한 번 곱씹어보게 됩니다.
과연 내가 사는 인생살이는 어떤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도 모르게 문득문득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애달프게 하나 싶기도하고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모든 질문에는 답이 없는 힘이 담겼다고 그는 나한테 아주 끈질기게 설명했다.
엘리 비젤, 밤(Night)
처음에 이 문장을 읽고는 무슨뜻일까. 답이 없는 힘. 질문에 꼭 답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질문은 힘이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작가분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갑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해답이 없어도 질문은 존재가 가능하고, 힘까지 발휘한다. 질문은 해답의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논리의 화살이다. 질문은 시작이고 해답은 종착점이다. 질문이라는 시작이 없으면 과녁에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진리는 그래서 함부로 믿지 말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현인의 글과 작가분의 이야기가 합쳐져서 생각이 깊어집니다. 우리는 항상 답을 있다는 전제하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답이 없는 질문을 어리석은 일이라고 치부하지는 않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반드시 답이 있어야 하는것은 아니데 말입니다. 그리고 질문은 질문 그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데 말입니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많아집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살이가 정말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어떤날은 정말 힘들고 또 어떤날은 예상치 않은 행운이 따르기도합니다. 그 날들은 사실 내가 그동안 쌓아온 하루하루의 선택이 모여져서 만들어진것입니다. 우리 인생살이의 고민들이 우리만의 특별한 전유물이 아니기에 작가분의 말대로 하나의 쉬운 답이 아니라 글을 읽고 사색하면서 인생살이를 다각도로 살피는 안목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앞서 살았던 많은 이들도 그렇게 살아왔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 번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