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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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시대에 너무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불안감과 피로감이 모두가 쌓여가는 상태이기에 서로에게 위로의 손을 뻗기에 조금은 힘든상황이다. 그럴때 읽다보면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것이 느껴진다.

 

제목도 담백하게, 수필 한 편이다.

 

 

 

 

 

 

P15 어찌 보면, 어머니의 모습 같기도 한 노송, 그 품에 안기니 지난날은 여과되어 청수처럼 맑아온다. 이러한 독백이는 나에게는 모정을 뜨겁게 느꼈던 곳이요. 저 너무 멀리의 푸른 꿈을 꾸어 보던 곳이다. 늘 타관으로만 떠돌아온 나는 이곳에 미움 정 고운 정이 남다르다. 나에게 독백이는 자연 공간의 한 지점이 아니고 앞을 조감해보는 내 인생의 길목처럼 되어 버렸다.

 

 

P87 나는 가만있어 보라며 시간을 슬슬 끌 작정이다. 나의 작전이 이쯤 되면 영락없이 맞아 떨어져 나는 노름판의 굿을 보여 주는 쪽에서 굿을 보는 축에 끼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는 화투를 만지지 않게 되는데 이 경우 꼭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생활하다보면 많은 것을 잃었을 때, 많은 것을 얻으며 내가 성장해 가는 것을 느끼게도 된다. 또한 '일 득이 있으면 일 실이 따르는 법'이라 했다.

 

 

P109 고향은 이제 제비가 외면한 땅이 되고 말 것인가. 제비가 오지 않는 땅에도 봄이 오기는 하는가. 제비의 귀소본능은 5%정도라는데 슬슬 제비가 몰고 올 박씨에 마음이 쏠린다. 스르렁 스르렁 타는 박통은 '놀부박'이 될 테니 그 속에서 쏟아질 것들이 걱정인 것이다. 제비왕의 심판에 따라 달라질 내용물이지만 우리 인간이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벌 떨리는 오늘이다.

 

 

P119 달구지의 나뭇짐을 나누어 짊어지고 누렁이와 노인이 나란히 걷는다. 다리가 불편한 노인과 발굽이 된 누렁이가 땅만 보며 갈 길을 묵묵히 간다. 빨리 걷자고 재촉하지 않는다. 여기서 누렁이는 더 이상 말 못하는 짐승이 아닌 것이다. 노인과 누렁이는 걷는 중에도 말없는 대화가 오고간다. 주와 객이 따로 없다.

 

 

P162 관동별곡에서 송강은 솔뿌리를 베고 누워 풋잠을 들었으니 신선을 만날 수 있었겠지만 작은 농사꾼에게는 지게 그늘의 위안 속에 꿈을 꿀 겨를도 없이 귓전엔 엄한 말씀만 맴돌았다.

"어서 일어나그라."

 

 

P171 숲속에 노란 길이 두 갈래로 났는데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은 길을 택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호화로운 선택이란 생각도 듭니다. 우리 세대엔 그런 선택의 길이 거의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다시 태어나도 '교육'의 길을 걷겠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정년, 앞뒤를 둘러보며 제 자리를 확인해야 할 때인가 봅니다. 산을 오를 때보다 하산할 때가 더 어렵다고들 합니다. 아름답게 하산하여 동동주 한 잔 드는 여유를 가지렵니다.

 

 

P232 간단히 그 새로운 수필문화, 즉 창작문예수필의 창작 개념만 말한다면 '시적 정서의 산문적 형상화 문학'이라는 것일세.

 

 

P279 국어교육을 통해서 인간을 형성하고, 문화를 형성하고, 정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는가.

 

 

P281 세계화의 큰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물결의 방향을 가늠하고, 그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힘을 갖기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번 물결에 휩쓸려 버리면 '나'는 없다. 세계화도 좋지만 '나'없는 세계화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세계화의 중심은 '나'여야 하고, '나'를 지켜주는 것은 '우리말'의 힘이 될 것이다.

 


 

 

 

저자의 책은 마치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서 처마끝에 달린 곶감을 하나하나 빼어먹는 느낌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먹는 곶감의 맛이 느껴진다. 인생의 연륜이 느껴지고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면서도 과하지않은 절제됨이 느껴지는 글이다.

 

너무 힘든날 집어들기 시작한 이 책은 한편한편 읽어나갈 때마다 웃음이 나오기도하고 생각이 깊어지기도하고 그렇게 내 속으로 밀고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그런 책이었다.

 

 

[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작성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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