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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서평은 사칙연산 이야기로 대신해볼까 한다.
더하기( ), 빼기(-), 곱하기(×), 나누기(÷).
셈의 기초인 네 친구들 사이에는 인간관계에 적용해봄직한 규칙이 숨어있다. 같음표(=)를 사이에 두고 한 인간을 보여주는 공식이 숨어있다. 곁에 두고 볼 사람, 멀리 두고 볼 사람을 알아야 할 때, 나는 그의 연산 기호를 찾는다. 어쩌면 셈을 좋아하는 사람들, 어쩐지 셈이 편한 관계들인지라 그것은 일면 재미난 일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 ] 더한다, 보탠다, 늘어난다, 많아진다, 자란다, 피어오른다 ..
같음표를 앞에 두고 더하기는
더하기의 값을
더하기의 말을
더하기의 행동을 내어 놓는다. 꼬옥 맞는 것을 다붓이 놓아둔다.
[-] 뺀다, 덜어낸다, 줄어든다, 적어진다, 쇠한다, 사그라든다 ..
같음표를 앞에 두고 빼기는
빼기의 값을
빼기의 말을
빼기의 행동을 내어 놓는다. 곱하기, 나누기도 마찬가지이다.
더하기( ), 빼기(-), 곱하기(×), 나누기(÷).
이것은 하나의 사고 방식이다.
다른 듯 닮은 우리 삶에서 관계를 두고 벌어지는 마주침 사이에는 각자의 연산이 다르다는 사실이 숨어있다. 너의 더하기가 내게는 빼기일지도 모른다. 너의 빼기가 내게는 나누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 네게는 그다지도 쉬웠고, 네게는 별거 아닌 그 한 마디가 나를 잠 못 이룰 쓰라림 속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셈의 기초에 배운, 그토록 손쉬웠던 사칙연산이
이제와 관계의 발목을 잡는다.
더하기인 나는, 나누기인 너를 감당할 수 없다.
더하기의 말로 함께 성장해야 할 때,
빼기의 말로 번번히 발목을 움켜쥐는 너를 오래 두고 볼 자신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의 연산 기호를 찾는다.
무수히 오가는 대화, 그 속에 숨은 수많은 주제들..
그의 기호와 나의 연산이 일치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연산과 나의 기호가 부딧히지 않고 마주칠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너의 더하기가 나의 더하기와 만나 웃기를 바란다.
너의 빼기가 나의 나누기 덕분에 그 무게를 덜어내기 바란다.
나의 곱하기가 너의 빼기를 폴짝 일으켜 세우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없]는 이 세상에 [부딪치고 깎이면서 진짜 사람이 되어] 가며,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만나지 않으면 우리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내 좁은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머뭇거리다 뒤돌아서거나 숨지 않고, 전력 질주하여 삶의 품으로 뛰어들 수 있으면 좋겠다.]
절로 미소가 번지게 하는 어떤 일, 어떤 사람, 어떤 장소..
그 모든 순간에 함께 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하는 동생이 이런 말을 했었다.
"이 책,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예쁜 너의 마음 담겼으니, 아무렴 :D
* [ ]는 책에서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