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 소설집 [키친]에 대한 짧은 글이다.
*
*
이래서는 안되는 거였다. 그래 사랑, '해야지' 생각은 나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고 싶다' 바꿔 놓으면.. 안되는 거였다. 그래, 그러면 안되는 거다.

나는 퍽이나 고통스러운 부류의 읽기를 좋아하는데, 그것은 병적인 '산만함' 때문이다. (전적으로!) 문장이 어렵고, 거푸 읽어 이해되는 글이라야 집중이란걸 할 수 있다. 워낙 구름 위에 떠 있는 인간이라 붙들어 놓을 길이 없는 탓이다.

그런데, 그런 나를 단숨에 사뿐 내려 놓고야 만 것이다.

지난주 [노르웨이의 숲]은 하루키에 대한 어줍잖은 선입견을 깨주어 감탄이니 되었다 쳐도, 이건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다. 마음에 옮아오는 따스함에 절로 웃어지는 시간이었다. 순순히 즐거운 독서가 이리도 오랜만인지는 웃는 나를 마주하고야 알았다. 지독히도 괴롭혀 왔구나.. 겁은 많아가지고..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사는 이유는,
감성적인 내가 부서질 것만 같아서이고.
지독한 글만 골라 붙들고 앉는 이유는,
동요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래,

나처럼 시작은 더디나
후에는 겉잡을 수 없이 물드는 이가 또 어디 있으랴.
(-하고 나니 주변에 그런 이들 투성이로구나.)

그래서 굳이, 내 안의 것과 닮은 것은 읽지 않는다.
그러다
쉘 실버스타인의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에 나온 이 하나 빠진 동그리처럼.

"맞았다!
아주 꼭 맞았다!
마침내! 마침내!" 만난거다.

즐거운 읽기 시간이었다.

마음에 은하수 띄운 이 책을
나만 지금 본 거지..? 하하.

그래서 더 애틋한 걸로..♡


📖 42p. [나는 지금, 그를 알게 되었다. 한 달 가까이나 같은 곳에 살았는데, 지금 처음으로 그를 알았다. 혹 언젠가 그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구름진 하늘 틈 사이로 보이는 별들처럼, 지금 같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조금씩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58p. [뭐 다 그렇지. 하지만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해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 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 124p. [사람이란 상황이나 외부의 힘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내면 때문에 지는 것이다. 초조하거나 슬퍼할 수 없다.] 79p. [각자는 각자의 인생을 살도록 만들어져 있다.]


아~ 오늘 서평, 달달하네~ 끄읕 :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한다. 정확히 다섯장을 읽고 덮었었다. 하루키와 나는 '맞지 않는다' 말했었다. 게다가 "그 책 어때요? 어떤 점이 좋아요?"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음.. 야해." "읽기 편해." 정도로 그치고 말았다는 것. 그러니까, 읽어 본 사람의 평마저 내게는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것. 그게 하루키를 피해 온 나의 변명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결국 읽어내고야 만 것은 - 또 하나의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 일, 그 이상의 의미이다. 이건 [컨셉진]에서 담아낸 고운 시선 덕분인데, [어떤 감정은 도착이 느리다. 뒤늦은 만큼 더욱 격렬하게,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강력하게.] .. 아니 읽을 도리가 없었다.

48p.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이 소설은 죽음과의 잦은 대면 덕분에 삶을 들여다 보게 한다. 한번쯤 따라하게 되는 화법의 와타나베도,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나오코도, 사랑스러운 미도리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나를 깨운 건 - 덜컥 죽어버린 나오코의 언니. [어지간한 일은 스스로 처리해 버리던] 사람, 그냥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혼자서 정리하고, 화를 내지도 않고, 불쾌해지는 대신 침울해졌던 그 사람. 그 사람이었다.

그를 통해 - 틀에 갇힌 나를 발견한다. 누군가의 틀이 들이받아 올 때는 대책없이 피멍이 들고야 마는 유약한 마음을 가진.. [스스로 비정상이란 걸 안다]는 것이 축복이라 생각하는 삶을 사는 나라는 인간 말이다. 쉼 없이 '태엽'을 감아야 지탱되는 나의 삶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항해다' 생각하게 해 준 그 사람..

나를 돌보는 것-

어쩌면 이게 삶의 유일한 임무일지 모른다.

그런 너와 내가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삶으로 맞닿는 것.

그렇게 아름다울 내 청춘.

321p. [시간이 흘러 그 작은 세계에서 멀어질수록 그날 일이 진짜로 있었던 건지 아닌지 점점 알 수 없었다. 정말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분명 그랬던 것 같고, 환상이라 생각하면 환상인 듯 했다.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세부까지 생생했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서른 일곱, 비틀즈의 [Norwegian Wood],
잃어버린 시간, 죽거나 떠나간 사람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그가 붙들어 둔 이 공간 안에서

그 어느 날의 나를 마음껏 그리워해도 좋은 밤이겠다.

더불어.. 모임에서 이야기 나눈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기에, 하루키는 '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 오늘은 상상의 섬 '네버랜드'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아침까지 떠 있는 별, 가장 오른쪽에서 두 번째 별을 따라 직진하면 우리는 그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아니, 있었다. (물론.. 작은 요정의 반짝이는 마법 가루 듬~뿍, 거기에 가장 행복한 순간의 상상을 아침해가 밝을 때까지 이어갈 수 있는 끈기가 다소 필요하긴 했지만!)

맨 몸으로 하늘을 날고 싶은 나의 꿈은
그렇게 마음 속 네버랜드에 잠들어 있었더랬다.

중세 유럽의 끝자락,
과학은 아직, 신은 여전히였던 그 시절의 인간은 요정의 존재를 믿는 삶을 살았나보다. 고색창연한 세상을 볼 줄 알았던 눈에는 참 많은 것이 살아 있었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러다 문득,
그들이 부러워지고 말았다는.. 그런 것.

그 사람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를 상상한다.
반대로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하면 이내 그를 상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역사를 모른다. 읽기 편한 문장과 명화를 따라 관계도를 익히다 보니, 책 속 인물들에게 흠뻑 빠져 있었을 뿐이다. 구석구석 생각을 더해 적어놓는 콜럼버스의 독서 습관이 나와 닮아 반가웠고, 노트 한 권에 내면을 담아놓은 다빈치의 습관은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 책의 2권을 기다리는 마음이 벌써 조급해진다.

그래.. 그런 것이다.

그를 모르기에 나는 그를 상상한다.

네버랜드를 꿈꾸는 밤이 되어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기술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철학은 나에게 물음표와 동일하다.

사고하는 인간은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를 발견한다.
왜?

"왜?" - 어렸을 때 우리는 우주와 같은 머릿속을 유영하며 끊임없이 물었었다. 왜? [?] 물음표는 요람처럼 나를 태웠다가, 덥석 잡아챘다가, 대롱대롱 매달려 놀게 했다가, 때로는 등을 쿡 치고 달음질 치는.. 종잡을 수 없어 유별나게 재미난 친구였다.

어른이 된 나는 그때만큼 다양하게 묻지 못한다.

그래서 내 삶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눈 감는 날이 하루 줄고,
눈 뜨는 날이 하루 더 늘어날수록 절실하다.

'함께' 하기 위해서.

인간은 계속 두드려 깨우지 않으면, 멈춘다. 거울 없이 내 눈으로 볼 수 있는건 나의 바깥 뿐이다. 주변 풍경이 변하니까 나도 변하는줄로 착각한다. 이전의 사고 그대로에 말주변이 조금 더 늘었을 뿐인 그럴싸한 나를 성장이라 착각한다. 그러니까 자기에 유약을 두텁게 발라 구운 것처럼 사유의 촉수가 뻗어나올 재간이 없다.

사유하는 인간은 늘 묻는다.
왜?
문제를 발견한다.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발견하기 위해 '생각'한다.

상대를 살피기 위해서
미루어 나를 살피기 위해서.
그렇게 너와 나를 헤아리기 위해서.

미리보기 20여쪽에 마음이 동해 덥석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문체의 불친절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댓가를 호되게 치렀지만..) 덕분에 겹겹이 살필 수 있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 놓쳐서는 안되는 것들.. 휴가라 배짱을 부려보고는 깨닫는다. 확실히 읽기 어렵지만, 일상으로 꽉 들어찬 내 마음이 이것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던 탓이 컸다.

철학은 이렇게 삶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서평은 사칙연산 이야기로 대신해볼까 한다.

더하기( ), 빼기(-), 곱하기(×), 나누기(÷).

셈의 기초인 네 친구들 사이에는 인간관계에 적용해봄직한 규칙이 숨어있다. 같음표(=)를 사이에 두고 한 인간을 보여주는 공식이 숨어있다. 곁에 두고 볼 사람, 멀리 두고 볼 사람을 알아야 할 때, 나는 그의 연산 기호를 찾는다. 어쩌면 셈을 좋아하는 사람들, 어쩐지 셈이 편한 관계들인지라 그것은 일면 재미난 일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 ] 더한다, 보탠다, 늘어난다, 많아진다, 자란다, 피어오른다 ..

같음표를 앞에 두고 더하기는
더하기의 값을
더하기의 말을
더하기의 행동을 내어 놓는다. 꼬옥 맞는 것을 다붓이 놓아둔다.

[-] 뺀다, 덜어낸다, 줄어든다, 적어진다, 쇠한다, 사그라든다 ..

같음표를 앞에 두고 빼기는
빼기의 값을
빼기의 말을
빼기의 행동을 내어 놓는다. 곱하기, 나누기도 마찬가지이다.

더하기( ), 빼기(-), 곱하기(×), 나누기(÷).

이것은 하나의 사고 방식이다.

다른 듯 닮은 우리 삶에서 관계를 두고 벌어지는 마주침 사이에는 각자의 연산이 다르다는 사실이 숨어있다. 너의 더하기가 내게는 빼기일지도 모른다. 너의 빼기가 내게는 나누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 네게는 그다지도 쉬웠고, 네게는 별거 아닌 그 한 마디가 나를 잠 못 이룰 쓰라림 속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셈의 기초에 배운, 그토록 손쉬웠던 사칙연산이
이제와 관계의 발목을 잡는다.

더하기인 나는, 나누기인 너를 감당할 수 없다.
더하기의 말로 함께 성장해야 할 때,
빼기의 말로 번번히 발목을 움켜쥐는 너를 오래 두고 볼 자신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의 연산 기호를 찾는다.
무수히 오가는 대화, 그 속에 숨은 수많은 주제들..
그의 기호와 나의 연산이 일치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연산과 나의 기호가 부딧히지 않고 마주칠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너의 더하기가 나의 더하기와 만나 웃기를 바란다.
너의 빼기가 나의 나누기 덕분에 그 무게를 덜어내기 바란다.
나의 곱하기가 너의 빼기를 폴짝 일으켜 세우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없]는 이 세상에 [부딪치고 깎이면서 진짜 사람이 되어] 가며,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만나지 않으면 우리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내 좁은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머뭇거리다 뒤돌아서거나 숨지 않고, 전력 질주하여 삶의 품으로 뛰어들 수 있으면 좋겠다.]

절로 미소가 번지게 하는 어떤 일, 어떤 사람, 어떤 장소..

그 모든 순간에 함께 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하는 동생이 이런 말을 했었다.

"이 책,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예쁜 너의 마음 담겼으니, 아무렴 :D




* [ ]는 책에서 발췌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