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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1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평점 :
책을 막 읽기 시작한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버지니아 울프'라는 존재.
'강둑에서 큼직한 돌멩이를 주워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곤 강물 속으로 처천히 걸어 들어갔습니다.'
남편에게 편지 한 장 남긴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의 이야기가 첫장에서부터 나의 머리를 쿵-하고 때리는 기분이였어요.
이런 편지를 남긴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인의 문장들이 담긴 책이라니? 궁금증이 더 깊어졌고, 결국 끝까지 쉬지 않고 읽게 되었네요.
작가의 말처럼 '해석하려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관조하며' 편하게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정말 말 그대로 글이 적힌 그대로 흘러가는 그대로, 함께 흘러가보았습니다.
그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고,
흘러흘러 써내려진 문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상상하며 머물렀다가, 스쳐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와보기도 하고 그렇게 책과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글 전개의 흐름이 형태나 경계가 흐릿하고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정말 작가의 글처럼 자유롭게 흘러가 보았어요.
그리고 어쩌면 지금은 당연히 누리고 있는 이 일상, 또는 지금도 누군가는 이것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이 시간들을 위해
한참 앞서 고민하며 글로서 맞서고 있었던 여인의 기록들이 굉장히 강하게 내리 꽂혔어요.
"여성과 남성이 조력해야 한다는 것."
"여성이 남성을 대체하거나 여성이 남성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견고한 가부장제를 해체하여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언제든 사회에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내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가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기분에 따라, 그리고 화려한 열정으로 읽습니다."
내 인생의 욕망은 무엇인지, 어떤 것들을 선택하고 어떤 글들을 선택하며 내가 어떻게 삶으로 소화해내는지,
"어떤 조각이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배열하세요."
"나는 나입니다. 나는 누군가를 모방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내 글, 삶의 유일한 정당성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삶이 아닌,
내가 주체가 되어서 내 스스로가 나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
물론 읽는 독자에 따라서 각양각색의 의미로 마음에 닿을 문장들이지만
저에게 만큼은 책속에 담긴 수 많은 문장들은
때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때로는 곱씹고 곱씹어 나에게 되묻기도 하고 마음에 새겨지기도 한 살아있는듯,
힘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심오하면서 깊이의 폭이 정말 극과 극을 달리는 어쩌면 어려운, 하지만 욕심을 내려놓으면 너무나도 자유로운 그런 책이 아니였을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