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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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미로)
어떻게 서평을 써야할까 가장 많이 고민한 책.

내 품에만 있던 아이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된 어린이집,
그리고 상급 유치원의 진학까지.
직업 특성상 교육 현장의 상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왠만큼의 일들은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고,
나름 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생각했다.

둘째가 같은 반 친구에게 얼굴이 뜯겨서 와서
투박하지만 곱디 고운 얼굴에 깊은 손톱상처가 생겨서 왔을때도
'아이들끼리 생활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하며 쿨한척 넘어갔지만
사실상 속은 문드러졌었고, 얼굴을 볼때마다 속이 쓰렸었던건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근에 첫째 아이에게 큰 이슈가 생겼을때에도
이미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의 일들을 예방하면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처음 아이의 입에서 그날의 사건이야기가 나온 그 이후부터 주말 내내, 3일간 뜬눈으로 밤샜던 나는
그저 내 아이의 일에는 한없이 예민한 평범한 엄마일 뿐이였다는 것.

그것의 진실여부와 상관 없이,
내 딸아이가 그렇게 자신의 온 몸으로 재연을 해가며
그 상황을 나에게 전달하는 그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였고
'얼마나 놀랬을까', '왜 그때 얘기를 안했지?', '왜 나는 이제서야 알게된건지' 한없이 자책하고 지옥같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때 내 곁에 있던 책이 바로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였고,
다시 한 번 '적재적소에 내게 왔었구나, 내 곁에 있었구나' 느끼며
농담삼아 '책도 잘 골라야한다'며 이야기했지만
그렇게 휘청거리는 나를 잡아줄, 채워줄 책이 왔음에 너무 감사했다.

'곤란한 상황마다 달려갈 것인가,
한 발짝 떨어져 아이의 도전을 지켜볼 것인가.
지금 이 결정은 엄마의 삶은 물론, 아이의 삶 전체를 결정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내가 보호해줄 수 없고, 해결해줄 수 없으며
아이가 직접 부딪히고 넘어지며 겪어나가야 할 성장통이라 늘 생각했지만
그 성장통이 곧 나와 남편, 부모의 성장통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렇게 실시간으로 성장통을 씨게 겪으면서
한 장 한 장 넘겨갔던 책이라 내 눈물이 한껏 스며들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정말 모두가 필히 읽어야할 책.

진짜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수 없이 내 머릿속으로 혼자 상황극도 해보고
상상해보며 한껏 빨려들어가서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

뭔가 한 페이지로 정리할 수 없는,
그렇게 정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감정과 생각과 상황들이 담겨있어서
뭐 하나만 선택하기에 어려웠다.

일상 에피소드가 기록된 에세이일 수 있지만
부모로서, 엄마로서의 역할과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
현재 내 태도와 모습들을 돌아보게 한다.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야지!라고 마음이 굳혀지던 시점
저자의 한마디가 내 뒷통수를 한대 쎄게 때렸다.
바로 자신의 아이들이 나의 다정한 관찰자였음을 고백했던 그 순간의 기록

그 부분을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가 어떻게 해줘야할까,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늘 나의 태도에 대해서만 돌아보고 점검해왔는데
그러는 순간에도, 모든 순간 내 아이들이 다정한 마음과 눈빛으로
나에게 시선을 두고 있음을 직시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눈빛은 왜 그렇게 사랑스럽고, 애틋할까?
행복하면서도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이 애틋하다.

당차고 씩씩하게, 강한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만큼
더이상 삼킬 말들은 삼키고,
내 마음 아프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묵묵히 응원하며
엄마의 기도로 가득 채워지길.

두 아이가 릴레이로 상급 학령기에 진입할때마다
책장에서 꺼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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